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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기자가 무왕을 위하여 홍범을 진술한 것에 대하여 의논함〔箕子爲武王陳洪範論〕 > > 성인은 무엇을 법으로 삼느냐고 하면 하늘을 법으로 삼는다고 말하고, 하늘을 거역하느냐고 하면 거역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하늘을 법으로 삼고, 그 다음 하늘을 따른다. 대체로 하늘이 이 대도(大道)가 있어 사람에 주면 반드시 충분히 하늘을 법으로 삼을 것을 선택한 뒤에 준다. 받아서 남에게 전할 때에도 반드시 천의(天意)가 있는 사람을 살펴 자기의 사심을 따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받아서 법으로 삼지 않으면 하늘을 업신여기는 것이고 알면서 전하지 않으면 하늘을 거역하는 것이다. 하늘을 법으로 삼아서 업신여기지 않고 하늘을 따라서 거역하지 않는다면 성인이 어찌 사람이 사사로운 일을 하는 것을 용납하겠는가? 한결같이 하늘의 명을 들을 뿐이다. > > 일찍이《한서(漢書)》 〈오행지(五行志)〉를 살펴보니 “우(禹)가 홍수를 다스리고 나서 낙서(洛書)를 주어서 법으로 삼아 베풀었으니, 이것이 〈홍범(洪範)〉이다.” 하였다. 그 뒤에 무왕(武王)이 은(殷)나라를 정벌한 다음 천도(天道)를 가지고 기자(箕子)를 방문하여 〈홍범〉으로 베풀었다. 우가 하늘에서 무엇을 받았으며, 기자도 어찌 무왕을 위하여 베푸려고 했는가? 나는 우에게 준 것도 천도이고, 무왕에게 전한 것도 천도라 생각한다. 우가 성인인 점에 대해서 내가 험 잡을 데가 없으니, 백성들을 물에 빠진 속에서 건져내어 천지를 평성(平成)한 공을 이루었으니, 그 은택이 하늘과 짝하여 마음과 하늘이 합한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이 도를 아끼지 아니하여 상서로운 귀서(龜書)를 바치니, 우가 이로써 법을 삼아 베풀어 천지의 대이(大彝)와 대륜(大倫)이 모두 그 중(中)을 갖추었으니, 하늘이 내려준 것이 부질없는 것이 아니고, 또한 우가 하늘의 덕과 합함을 알 수 있다. 그 뒤에 그 전함이 기자에게 달려 있었고, 기자가 이로써 종국(宗國)의 원수를 치는데 베풀었으니, 이것이 어찌 기자의 마음이었겠는가? 아무리 그만두려고 해도 그만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은(殷) 나라의 신하지만 도(道)는 하늘을 실천한 도이다. 우리 임금을 친 자가 무왕이니 내가 신하 노릇하지 않는다는 것이 옳다. 무왕에게 명한 것은 하늘이다. 하늘을 따랐다면 어찌 그 하늘과 도를 원수로 삼아 사심으로서 하늘을 저버렸겠는가? 아(我)는 사(私)이고, 도(道)는 공(公)이니 사가 공을 이기면 내가 도를 이길 수 없으니 어찌 차마 사로써 공을 멸하겠는가? 도가 저절로 나를 끊은 것이다. 기자가 비록 베풀려고 하지 않았지만 하늘이 반드시 몰래 유인하여 베풀게 했으니 하늘이 반드시 스스로 그 도를 끊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상(商)이 스스로 하늘로부터 버림을 받자 주 무왕이 하늘의 혁명을 호응했으니 성현이 또한 무슨 마음이었겠는가? 천명이 어떤지를 볼 뿐이었다. 몸은 비록 신하노릇을 할 수 없었으나 도는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아, 〈홍범〉의 도는 그 근원이 하늘에서 나왔고, 임금에게 구주(九疇)를 부언한 그 훈계도 하나의 하늘이었다. 내가 법으로 삼지 않았다면 이는 하늘을 업신여기면서 백성을 인도하는 마음이고, 내가 전하지 않았다면 이는 하늘을 거역하면서 도를 전하는 마음이니, 두 성인으로써 차마 하늘을 업신여기고 거역할 수 있었겠는가? 그 뒤에 한(漢)나라 선비가 구구(區區)하게 견강부회하여 융통성 없는 이론으로 잘못되었다. 아, 이는 하늘을 아는 사람이 아니니 어찌 이륜(彝倫)을 논하는 대도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하늘을 법 삼고 하늘을 따른다고 했으니 것은 반드시 하늘을 도리로 삼아야 한다. > > [주-D001] 우가 …… 없으니 : 《논어》 〈태백(泰伯)〉에 공자가 “우 임금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흠잡을 데가 없다.〔禹吾無間然〕”라고 하였다. > > [주-D002] 귀서(龜書) : 하우씨(夏禹氏) 때에 낙수(洛水)에서 나온 신귀(神龜)의 등에 새겨져 있었다는 글씨로, 홍범구주(洪範九疇)의 근거가 된 낙서(洛書)를 말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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