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향교 상량문〔赤城鄕校 上梁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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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62회 작성일 21-07-28 14:31본문
적성향교 상량문〔赤城鄕校 上梁文〕
하늘이 사문을 망하게 하지 않았으니 / 天惟未喪斯文
반드시 사람을 기다려 드러낸다 / 必待人而肇闡
도가 장차 흥기함은 명에 있으니 / 道之將興有命
또한 때를 기다려 새롭게 된다 / 亦俟時而鼎新
환한 성묘가 크게 빛나니 / 於赫聖廟之孔陽
문교를 밝힐 터가 있네 / 式昭文敎之有地
도는 우주의 벼리를 유지하니 / 竊惟道乃經紀乎宇宙
학문은 윤리를 강론하여 밝혔네 / 學爲講明乎彝倫
백성 교화 풍속 이룸은 교육으로 말미암고 / 化民成俗必由敎焉
선비들이 때로 익혀 쇠하지 않네 / 多士時習而不替
어버이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함이 근본인데 / 愛親敬長斯其本也
백성들은 날로 쓰면서도 모르네 / 百姓日用而不知
오도는 넓게 베풀어 다함이 없으니 / 然吾道博施之無窮
공자가 교화를 내린 근원이 있네 / 由我聖垂敎之有自
덕은 지녔지만 지위가 없었으니 / 有德無位
해와 별처럼 육경에 밝았고 / 所以昭六經於日星
가신 뜻을 이어 오는 후학 열어주니 / 繼往開來
만세의 어리석은 사람을 일깨워 주었네 / 斯乃啓萬世之聾瞽
이제까지 이처럼 성대함은 없었으니 / 自生民未有盛也
역대에 지극히 높았네 / 故歷代極其尊焉
법도를 세워 나라를 보존하니 / 建極保邦家
원기를 부지하는 힘이고 / 是元氣扶持之力
모양을 살펴 금수와 달리하니 / 肖形異禽獸
실로 성인의 교화가 시행되는 공이네 / 實聖化流行之功
우리 청구를 돌아보니 / 顧我靑丘之邦
소왕의 예법이 더욱 융성했네 / 尤隆素王之禮
학교를 세우고 사당을 지어 / 建學立廟
봄가을로 제기에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 올리고 / 春秋籩豆之靜嘉
방에 들어가고 마루에 오르니 / 入室升堂
글 읽는 소리가 가득했네 / 衿佩絃誦之洋溢
도가 동쪽으로 왔으니 / 道之東矣
문화가 이곳에 있도다 / 文在玆乎
구이에 살아도 어찌 누추하랴 / 何陋居夷
곁에서 질정하네 / 質之在傍
위에 임하시니 / 臨之在上
물이 땅에 흐르는 듯하네 / 如水行地
도를 보존한 곳에 / 道之所存
귀신이 강림하네 / 神之所臨
여러 고을에 학교를 세우니 / 至設列邑之膠庠
실로 한 나라의 풍화에 근원하고 / 實原一國之風化
더구나 기호와 가까운 지역에 / 矧玆連畿之近地
수선의 여파를 선점했네 / 先漸首善之餘波
물도 빼어나고 산도 수려하니 / 水秀山奇
토산물에 곡식과 어물이 있고 / 土物有稻梁魚鼈
풍속이 순박하니 / 風淳俗朴
선비가 예악과 시서를 말하네 / 士類談禮樂詩書
앞서 고려조에 흥기함이 있었고 / 曏在麗朝之興
그 사이 초나라 출신 선비가 있었네 / 間有楚産之彦
이승선은 한원에서 재주를 날려 / 李承宣游藝翰苑
몇 섬 저축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 不屑甔石之儲
우충정은 혼탁한 조정에 몸을 맡겨 / 禹忠靖委質昏朝
분주한 힘을 다했네 / 克效奔走之力
뒤에 적을 섬멸한 상을 받아 / 後因殲賊之賞
특별히 드러내어 군으로 명칭이 승격되었네 / 特表陞郡之名
빼어난 경치는 신선이 오르는 구역이라 불렀고 / 勝境號登仙之區
수령들은 대부분 빼어난 선비였네 / 出宰多搢紳之秀
조자실은 다스려 들판을 도모하여 / 趙子實治獲謀野
신비로운 솜씨로 건물의 규모를 빛나게 했고 / 神手煥廨宇之規
이 퇴계는 정사와 법률로 생선을 삶아 / 李退溪政法烹鮮
신선의 붓으로 강산을 채색하여 윤기 나게 했네 / 仙筆潤江山之彩
어찌 지기가 쇠하고 왕성함을 믿을 수 없어 / 何地氣衰旺之靡恃
천시에 홍수와 가뭄이 탈이 많은가 / 抑天時水旱之多愆
부역에 곤고하고 재물에 손상되어 / 困於役傷於財
부모 받들고 자식 돌볼 겨를이 없고 / 仰父俯子之無暇
굶주려도 먹지 못하고 힘들어도 쉬지 못해 / 飢不食勞不息
나가서 밭 갈고 돌아와 글 읽을 경황이 없네 / 出耕歸讀之未遑
문묘가 물결에 잠겨 / 文廟忍浸於驚湍
학교도 무성한 물이 자랐네 / 周庠哀鞠爲茂草
세월이 오래 흘러 / 且歷星霜之久遠
비바람에 기울어지고 꺾였네 / 盡爲風雨所傾摧
백 리에 현송하는 소리 / 百里絃歌
글 읽는 선비 보지 못했네 / 未見皷篋之士
작은 고을에 충신하니 / 十室忠信
창을 맨 병사가 되었네 / 擧作荷戈之兵
지역을 수비하는 부끄러움만 있나 / 豈徒爲守土之羞
나라를 도모하는 염려를 끼치네 / 抑亦貽謀國之慮
보잘것없는 사람이 고을을 맡아 / 念分憂之無狀
지혜를 다하여 성취가 있도록 힘쓰네 / 敢效智於有成
백성을 사랑하고 마음을 위로하여 / 字民心勞
정무로 쉬지 못하던 무마기에게 부끄럽고 / 遠愧戴星之巫馬
세금을 재촉하고 정사가 졸렬하니 / 催科政拙
죄수를 가두던 양성의 분수를 달게 여기네 / 甘分囚犴之陽城
한 번 봉해진 심간을 외람되게 걸러 / 猥瀝一封之心肝
형벌을 받아 만 번 죽기를 앉아서 기다리네 / 坐俟萬死之鼎鑊
밝음이 천리를 비추어 / 离明燭千里
일방에 크게 부르고 / 渙大號於一方
애통한 호소가 구천에 이르러 / 哀籲徹九天
십년에 무거운 부세를 감했네 / 蠲重賦於十稔
굶주린 수화에서 건져주고 / 拯己於窮餓之水火
흩어진 가족에게 인생을 즐겁게 해주었네 / 樂生乎流離之室家
성은에 고무함을 아니 / 唯知皷舞乎聖恩
밭 갈고 우물 파는 데에 황제의 힘을 알랴 / 豈識耕鑿乎帝力
천도는 기우는 이치가 있으니 / 天道有傾否之理
살과 뼈가 썩고 마른 풀에 싹이 돋는 것을 보았고 已見肉朽骨而榮枯荑
인성은 밝아 본래 선함으로 회복하니 / 人性回本善之明
거짓 집을 혁신하여 바른 집을 지으려 하네 / 爭欲革假宮而開正廟
거북점은 예전 군의 동쪽 모퉁이에서 먹고 / 龜食乎古郡之東奧
점은 선조의 예전 터에서 옮기네 / 卜遷乎先朝之舊基
은근하고 부지런하니 / 慇斯懃斯
시골 백성들이 힘들여 부역한 것을 불쌍히 여기고 / 愍村氓勞力之役
도끼와 톱들은 / 斧彼鉅彼
목수가 솜씨를 부리는 무리로다 / 借山髡游手之徒
겨우 전무의 위치가 이루어지니 / 纔殿廡之位成
벌써 여러 사람들이 축하하러 오네 / 已燕雀之賀至
두 서재를 마주 세웠으니 / 兩序對起
편안히 쉬며 거처하는 재실이네 / 爲宴居寢食之齋
마루 하나가 앞에 열렸으니 / 一堂前開
경서 끼고 토론하는 자리이고 / 乃橫經問難之地
삼가 신을 제사하여 길함에 나가고 / 謹妥神而就吉
예를 행하여 낙성을 아뢰었네 / 用酌醴而告成
만 길 상악산을 마주하니 / 對上岳萬仞
아득히 우뚝이 섬을 바라보고 / 巖巖瞻所立之卓爾
일대의 장강이 흐르니 / 橫長江一帶
혼연히 근본이 이와 같음을 보네 / 混混見有本之如斯
푸른 절벽은 적성에 가깝고 / 襯霞標於赤城
맑은 기운은 죽령에 통하네 / 通灝氣於竹嶺
더구나 이 좨주의 고향이 / 況此祭酒之故里
바로 강당의 서편에 있네 / 正在鱣堂之西偏
도끼 메고 자리 깔고 대죄했으니 / 荷斧席藁
충성은 뇌정의 노여움을 범하고 / 忠犯雷霆之怒
문 닫고 주역 읽었으니 / 閉戶讀易
학문은 성리의 근원을 탐구했네 / 學探性理之源
세상을 벗어나 동산에 은둔했고 / 超肥遯於丘園
마침내 징벽에서 문장이 영화로웠네 / 竟辭榮於徵辟
고인에게 질정하여도 부끄러움이 없고 / 質古人而無愧
이전 역사에 비추어 보아도 빛남이 있네 / 映前史而有光
큰 절개 맑은 명성 / 大節淸名
오히려 옛 노인이 입으로 전함이 있고 / 尙存於古老之傳口
예전 집안 남은 은택 / 舊家遺澤
먼 후손이 이어가서 끊어지지 않네 / 未斬於遠孫之肯堂
오히려 묘당에 종사해야 할 것이니 / 猶宜從事於廟庭
어찌 향사에 제향하리 / 豈止可祭於鄕社
빈 무덤에서 애통한 마음 일으키며 / 興哀墟墓
한 칸에서 향화를 받들고 / 奉香火於一間
남은 거리에서 공경을 일으키니 / 起欽遺閭
백세에 바람과 규범을 표하네 / 表風規於百世
후진들이 솟구쳐 일어나길 바라고 / 冀聳勵乎後進
구석진 곳에 본받고 보여주며 드러내네 / 彰視效於偏方
새로운 명이 아름다워 / 新命用休
흥기하여 덕을 떨치는 기회를 만났고 / 當興起振德之會
예전 법을 고치니 / 舊貫聿改
보고 느끼며 달려와 교화되는 기미를 부탁하네 / 屬觀感趨化之機
학문에 뜻을 둔 무리들은 / 咨爾志學之流
도를 구함이 늦었다고 말하지 말라 / 勿謂求道之暮
효제는 인을 행하는 근본이니 / 孝弟乃行仁之本
남은 힘이 있으면 글을 배우고 / 有餘力則學文
격치는 덕에 들어가는 방법이니 / 格致是入德之方
실지에서 깊이 체득해야 하네 / 宜深體乎實地
물 뿌리고 쓸며 응대하는 소학의 일부터 종사하여 / 自灑掃應對而從事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하는 대학의 공부로 미루어가리 / 至修齊治平而推行
곤궁해도 근심 잊고 / 窮且忘憂
연원을 거슬러 성현을 구하고 / 惟欲泝淵源而求賢聖
현달해도 도를 떠나지 않고 / 達不離道
옛사람의 찌꺼기를 주워 공명을 취하랴 / 何赴拾糟粕而取功名
스승이라 부르지만 교화를 다하지 못하고 / 雖僭師未盡於甄陶
선비 길러 노나라 변하도록 분발하네 / 宜蒙士自奮乎變魯
임시로 수령이 일을 게을리 하여 / 顧假守之怠事
남으로 인하여 이룬 것이 부끄럽네 / 愧因人而享成
의논을 내어 금공의 화답받고 / 贊議則和受琴公
감독은 구령 장씨가 했네 / 蕫役則九齡張氏
이방백은 서적을 인출하여 간수하니 / 李方伯印藏書冊
마음이 문학을 숭상하는 데에 간절하고 / 心旣切於右文
최현숙은 재물을 도와주었으니 / 崔見叔助贍資財
뜻이 또한 부지런히 도를 수호했네 / 志亦勤於衛道
일이 우연하지 않은 곳에서 나왔으니 / 事出非偶
공적을 모두 기록할 만 하네 / 功皆可書
재물을 베푼 사람은 승려와 도사에게 아첨하던 / 施財媚緇黃
대부분 유가의 부류인데 / 多是儒家者類
말로는 양주와 묵적을 거절하니 / 能言拒楊墨
어찌 성인의 무리가 아니랴 / 豈非聖人之徒
하읍이 중수함을 경하하니 / 慶下邑之重新
하늘이 묵묵히 도와주네 / 殆上蒼之默佑
여러 사람들에게 기쁜 노래를 채록하여 / 敢採歡謳於諸子
애오라지 여섯 방향에 축하를 드리네 / 聊效善祝於六方
어영차, 들보 동쪽에 던지세 / 兒郞偉抛梁東
눈 아래 강산은 몇 겹 그림인가 / 眼底江山畫幾重
삼도의 선풍이 자리로 불어오고 / 三島仙風來几席
쌍암의 상쾌한 기운 흉금을 당기네 / 雙巖爽氣挹襟胸
어영차, 들보 서쪽에 던지세 / 兒郞偉抛梁西
학자가 관을 터니 제나라 변하려 하네 / 學子彈冠欲變齊
천고의 신령한 기운이 트이고 우뚝함에 있으니 / 千古釀靈融峙在
벽오동에 봉황이 깃듦을 보게 되리 / 碧梧應見鳳鸞棲
어영차, 들보 남쪽에 던지세 / 兒郞偉抛梁南
원기가 웅장하게 서려 빼어난 빛이 어리네 / 元氣雄蟠秀色涵
비경 드러낼 그날이 응당 있으리니 / 呈露祕慳應有日
남쪽 향해 멋지게 지어 구름과 산기운이 아름답네 / 面陽華搆媚雲嵐
어영차, 들보 북쪽에 던지세 / 兒郞偉抛梁北
화봉인이 성인에게 축원한 궁궐을 보이네 / 祝聖華封瞻紫極
이제 좁은 단양에 우로가 깊어져 / 自是偏丘雨露深
물 마른 물고기와 마른 풀에 생기가 솟아나리 / 涸魚枯草生顔色
어영차, 들보 위쪽에 던지세 / 兒郞偉抛梁上
굽어보고 우러러봄에 솔개와 물고기에 이치 드러나네 / 理著鳶魚昭俯仰
담장 높아 문으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탄식하지 마라 / 莫歎牆高未得門
가득한 경서의 가르침은 손바닥을 보는 듯하네 / 洋洋經訓示諸掌
어영차, 들보 아래쪽에 던지세 / 兒郞偉抛梁下
선비들 왕도 말할 줄 알아 패도 말하길 부끄러워하네 / 士識談王羞說覇
태평한 운세 지금 오백년을 주기로 하니 / 泰運今當五百期
빼어난 선비들 다투어 흥기하네 / 會看髦士爭興化
삼가 바라건대 들보를 올린 뒤에 선비는 농사에서 벗어나고 사람은 예법을 익혀 단의 은행나무에 때맞은 비가 내려 영화를 발하고 뜰의 회나무에 낙엽 흩어져 문풍(文風)을 떨치게 하소서. 집집마다 안자(顔子)와 맹자(孟子), 정자(程子)와 주자(朱子)를 법 삼아 성인이 더욱 일어나며, 하늘의 해와 달, 땅의 바다와 산악에 영원히 대도(大道)가 행해짐을 보리라. 태평성세를 맞이하고 새로운 교화가 시작되기를 바라네.
[주-D001] 적성향교(赤城鄕校) : 단양은 본디 고구려 적산현(赤山縣) 또는 적성(赤城)이라 하였다. 향교(鄕校)는 군 남쪽 1리에 있는데 풍화루(風化樓)가 있다. 1416년에 지군(知郡) 이작(李作)이 세웠다.
[주-D002] 백성들은 …… 모르네 : 일반 백성들이 무지함을 뜻한다.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인자(仁者)는 도를 보고서 인(仁)이라 하고, 지자(知者)는 도를 보고서 지(知)라 하는데, 백성들은 날마다 쓰면서도 알지 못한다.〔百姓日用而不知〕”라는 말이 나온다.
[주-D003] 구이(九夷)에 …… 누추하랴 : 구이(九夷)는 아홉 종족이 있는 동방의 오랑캐를 가리킨다. 공자(孔子)가 일찍이 구이에 가서 살고 싶어하자, 혹자가 말하기를 “더러운 곳이거늘 어떻게 살겠습니까.”라고 하므로, 공자가 이르기를 “군자(君子)가 그곳에 살면 무슨 더러울 것이 있겠는가.”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子罕》
[주-D004] 수선(首善) : ‘선(善)을 시작한다’ 또는 ‘모범을 세운다’는 뜻으로《한서(漢書)》권88 〈유림전(儒林傳)〉의 “교화를 폄에 있어 수선(首善)을 경사(京師)로부터 시작한다.”라는 대목에서 유래하였다. 일반적으로는 수도(首都)나 성균관(成均館)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주-D005] 이승선(李承宣) : 이공로(李公老)를 가리킨다. 고려 명종(明宗) 때에 과거에 장원 급제하였다. 문장이 넉넉하고 더욱 사륙문(四六文)에 능하였다. 고종(高宗) 때에 나가서 경상도 안찰사(慶尙道按察使)가 되었는데, 명령하면 행하고 금지하면 그쳐 관내(管內)가 잘 다스려지자 우부승선(右副承宣)으로 승진하여, 임금이 의지하여 복심(腹心)을 삼았다. 죽은 뒤에 집에는 한 섬 곡식도 쌓아둔 것이 없었다.
[주-D006] 우충정(禹忠靖) : 우현보(禹玄寶, 1333~1400)로 충정은 그의 시호이다. 자는 원공(原功), 본관은 단양(丹陽)이다. 1355년 문과에 급제, 좌사의대부(左司議大夫)를 거쳐 우왕 때 정당문학(政堂文學) 등을 지내고 공신의 호를 받았다. 1388년(우왕14) 이성계(李成桂)의 위화도회군(威化島回軍)으로 파직되었다가 1390년(공양왕2) 판삼사사(判三司事)가 되었고, 1392년 정몽주(鄭夢周)의 시체를 수습하여 장례를 치렀다 하여 경주(慶州)에 유배되었다. 1398년(태조7) 복관되어 이듬해 단양백(丹陽伯)에 봉하여졌다.
[주-D007] 조자실(趙子實) : 조세영(趙世英)으로, 자실은 그의 자이다. 조선 중종(中宗) 때의 문신이다. 본관은 풍양(豊壤), 조지부(趙之孚)의 아들이다. 학문이 널리 알려져 1535년에 조사수(趙士秀) 등과 함께 사유록(師儒錄)에 올랐고, 사성(司成) 등을 지냈다.
[주-D008] 현송(絃誦)하는 소리 : 지방 수령(守令)의 어진 교화를 뜻한다. 현송은 현가(絃歌)와 같다. 현가는 금슬(琴瑟)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것으로, 예악(禮樂)의 교화를 뜻한다. 제자인 자유(子遊)가 무성(武城)이라는 고을의 읍재(邑宰)로 있으면서 현가로 백성을 교화하는 것을 보고 공자가 흐뭇해 한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論語 陽貨》
[주-D009] 글 읽는 선비 : 《예기(禮記)》 〈학기(學記)〉에 “입학하여 북을 쳐서 울리고 책을 꺼내는 것은 그 학업을 공손히 받기 위함이다.〔入學鼓篋 孫其業也〕”라고 한 데서 온 말로, 고협(鼓篋)은 곧 학생이 책을 싸 가지고 수업하러 가는 것을 말한다.
[주-D010] 무마기(巫馬期)에게 부끄럽고 : 무마기를 본받아 밤낮 정무에 부지런히 힘쓰지 못함을 비유한다. 《여씨춘추(呂氏春秋)》 〈찰현(察賢)〉에 “복자천이 선보(單父)를 다스릴 때 명금(鳴琴)을 타고 몸이 당을 내려오지 않았으나 선보 땅이 잘 다스려졌고, 무마기는 별을 보고 나가고 별을 보고 들어와서 밤낮 쉬지 않고 몸소 친히 돌보아서 선보 땅이 또한 잘 다스려졌다.”라고 하였다.
[주-D011] 밭 …… 알랴 : 중국 황제의 은혜 덕분에 태평 시대를 구가하고 있으므로 현실 정치에 크게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요(堯) 임금 때에 노인이 지었다는 〈격양가(擊壤歌)〉에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쉬면서, 내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내 밭을 갈아서 밥 먹나니,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랴.〔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於我何有哉〕”라는 말이 나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D012] 상악산(上岳山) : 단양에 있는 산 이름이다. 퇴계가 단양 군수로 재임 중에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주-D013] 좨주(祭酒)의 고향 : 성균 좨주(成均祭酒)를 지낸 우탁(禹倬, 1263~1342)이 단양 출신이다. 우탁은 고려 말 정주학(程朱學) 수용 초기의 유학자로, 치사(致仕)한 뒤 예안(禮安)에 은거하면서 후진 교육에 전념하였다. 경사(經史)에 통달하였고 역학(易學)에 더욱 조예가 깊어 세상에서 ‘역동선생(易東先生)’이라 일컬어졌다.
[주-D014] 동산에 은둔했고 : 구원(丘園)은 언덕과 전원으로 은사(隱士)가 거처하는 곳을 이른다. 《주역》 〈비괘(賁卦)〉육오(六五)에 “향리의 뒷동산을 아름답게 꾸몄으나 한 묶음 비단 필이 조촐하기만 하니, 인색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끝내는 길하리라.〔賁于丘園 束帛戔戔 吝終吉〕”라는 말이 나온다.
[주-D015] 후손이 이어가서 : 가업(家業)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서경》 〈대고(大誥)〉의 “아버지가 집을 지으려 하여 이미 설계까지 끝냈다 하더라도, 그 자손이 집터도 닦으려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집이 완성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若考作室 旣底法 厥子乃不肯堂 矧肯構〕”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D016] 효제(孝弟)는 …… 근본이니 : 《논어》 〈학이(學而)〉에 “군자는 근본을 힘쓰니,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발생하는 것이다. 효(孝)와 제(弟)는 그 인(仁)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다.〔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라고 하였다.
[주-D017] 남은 …… 배우고 : 사람들로 하여금 일상생활에서 도리를 행하고 나서 또 글을 배우도록 한 것이다. 《논어》 〈학이〉에서 공자가 “제자(弟子)가 들어가서는 효(孝)하고 나와서는 공손(恭遜)하며, 행실을 삼가고 말을 성실하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인(仁)한 이를 친히 해야 하니, 이것을 행하고 나서도 여력이 있을 경우에는 학문을 하라.〔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 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라고 하였다.
[주-D018] 현달해도 …… 않고 : 《맹자》 〈진심(盡心)〉에 “선비는 궁해져도 의리를 잃어버리지 않고, 궁해져도 의리를 잃어버리지 않는다.〔士 窮不失義 達不離道〕”라는 말이 있다.
[주-D019] 승려와 도사 : 치의(緇衣)와 황관(黃冠), 즉 승려는 검은 먹물 옷을 입고 도사(道士)는 누런 관을 쓰므로 승려와 도사를 일컫는 말이다.
[주-D020] 제(齊)나라 변하려 하네 : 과거의 자취를 말끔히 씻고 다시 새롭게 개혁해 나간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논어》 〈옹야(雍也)〉에 “제나라를 한 번 변화시키면 노나라의 경지에 이르게 할 수 있고, 노나라를 한 번 변화시키면 선왕의 도의 경지에 이르게 할 수 있다.〔齊一變至於魯 魯一變至於道〕”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주-D021] 봉황이 깃듦 :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남방에 원추라는 새가 있는데, 자네는 아는가? 원추는 남쪽 바다를 출발하여 북쪽 바다로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쉬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단물이 나는 샘이 아니면 마시지 않았다네.〔南方有鳥 其名爲鵷鶵 子知之乎 夫鵷鶵發於南海 而飛於北海 非梧桐不止 非練實不食 非醴泉不飮〕”라고 하였다. 원추는 봉황의 일종이다.
[주-D022] 화봉인(華封人)이 성인에게 축원 : 화(華)라고 하는 땅의 봉인(封人)이 수(壽), 부(富), 다남자(多男子)라고 하는 세 가지로써 당시 성인 요(堯) 임금을 축도(祝禱)했던 고사가 전한다. 성어(成語)로는 ‘화봉삼축(華封三祝)’이라 한다. 《莊子 天地》
[주-D023] 물 마른 물고기 :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서 헐떡이는 물고기인 학철어(涸轍魚)를 말하는데, 위기에 처해 있음을 뜻한다. 《장자》 〈대종사(大宗師)〉의 “물이 바짝 말라 물고기들이 땅바닥에 처하게 되면, 서로들 김을 내뿜어 축축하게 해 주고 서로들 거품으로 적셔 준다.〔泉涸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주-D024] 솔개와 …… 드러나네 : 만물이 각각 부여된 천성을 다한다는 말이다. 《시경》 〈한록(旱麓)〉에 “솔개는 날아 하늘에 이르거늘 고기는 못에서 뛰놀도다.〔鳶飛戾天 魚躍于淵〕”라고 하였다.
[주-D025] 담장 …… 마라 : 공자의 학문의 경지가 매우 높음을 비유한 것이다. 자공(子貢)이 공자의 높고 심오한 도를 상징하여 말하기를 “비유하건대, 부자(夫子)의 담장은 높이가 두어 길이나 되는지라, 그 문호(門戶)를 통해서 들어가지 않으면 종묘(宗廟)의 아름다움과 백관(百官)의 풍부함을 볼 수가 없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子張》
[주-D026] 손바닥을 보는 듯하네 : 매우 하기 쉬움을 뜻한다. 《중용장구》제19장에서 “교와 사의 예와 천자나 종묘의 큰 제사인 체(禘)나 가을에 지내는 상(甞) 제사의 뜻에 밝으면 손바닥을 보는 것과 같다〔明乎郊社之禮 禘嘗之義 治國 其如示諸掌乎〕”라고 하였다.
[주-D027] 왕도 …… 부끄러워하네 : 《맹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 맹자가 “중니(仲尼)의 문도(門徒)들은 제환공(齊桓公)과 진문공(晉文公)의 일을 말한 자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후세에 전해진 것이 없어, 신(臣)이 아직 듣지 못하였습니다.〔仲尼之徒 無道桓文之事者 是以 後世無傳焉 臣未之聞也〕”라는 구절의 주자집주에 한(漢)나라 동중서(董仲舒)가 “중니(仲尼)의 문하(門下)에는 오척 동자(五尺童子)들도 오패(五伯)를 칭하기를 부끄러워하였으니, 이는 그 속임수와 무력을 앞세우고 인의(仁義)를 뒤로 하였기 때문이다.〔董子曰 仲尼之門 五尺童子 羞稱五伯 爲其先詐力而後仁義也〕”라고 한 말을 인용하였다.
하늘이 사문을 망하게 하지 않았으니 / 天惟未喪斯文
반드시 사람을 기다려 드러낸다 / 必待人而肇闡
도가 장차 흥기함은 명에 있으니 / 道之將興有命
또한 때를 기다려 새롭게 된다 / 亦俟時而鼎新
환한 성묘가 크게 빛나니 / 於赫聖廟之孔陽
문교를 밝힐 터가 있네 / 式昭文敎之有地
도는 우주의 벼리를 유지하니 / 竊惟道乃經紀乎宇宙
학문은 윤리를 강론하여 밝혔네 / 學爲講明乎彝倫
백성 교화 풍속 이룸은 교육으로 말미암고 / 化民成俗必由敎焉
선비들이 때로 익혀 쇠하지 않네 / 多士時習而不替
어버이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함이 근본인데 / 愛親敬長斯其本也
백성들은 날로 쓰면서도 모르네 / 百姓日用而不知
오도는 넓게 베풀어 다함이 없으니 / 然吾道博施之無窮
공자가 교화를 내린 근원이 있네 / 由我聖垂敎之有自
덕은 지녔지만 지위가 없었으니 / 有德無位
해와 별처럼 육경에 밝았고 / 所以昭六經於日星
가신 뜻을 이어 오는 후학 열어주니 / 繼往開來
만세의 어리석은 사람을 일깨워 주었네 / 斯乃啓萬世之聾瞽
이제까지 이처럼 성대함은 없었으니 / 自生民未有盛也
역대에 지극히 높았네 / 故歷代極其尊焉
법도를 세워 나라를 보존하니 / 建極保邦家
원기를 부지하는 힘이고 / 是元氣扶持之力
모양을 살펴 금수와 달리하니 / 肖形異禽獸
실로 성인의 교화가 시행되는 공이네 / 實聖化流行之功
우리 청구를 돌아보니 / 顧我靑丘之邦
소왕의 예법이 더욱 융성했네 / 尤隆素王之禮
학교를 세우고 사당을 지어 / 建學立廟
봄가을로 제기에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 올리고 / 春秋籩豆之靜嘉
방에 들어가고 마루에 오르니 / 入室升堂
글 읽는 소리가 가득했네 / 衿佩絃誦之洋溢
도가 동쪽으로 왔으니 / 道之東矣
문화가 이곳에 있도다 / 文在玆乎
구이에 살아도 어찌 누추하랴 / 何陋居夷
곁에서 질정하네 / 質之在傍
위에 임하시니 / 臨之在上
물이 땅에 흐르는 듯하네 / 如水行地
도를 보존한 곳에 / 道之所存
귀신이 강림하네 / 神之所臨
여러 고을에 학교를 세우니 / 至設列邑之膠庠
실로 한 나라의 풍화에 근원하고 / 實原一國之風化
더구나 기호와 가까운 지역에 / 矧玆連畿之近地
수선의 여파를 선점했네 / 先漸首善之餘波
물도 빼어나고 산도 수려하니 / 水秀山奇
토산물에 곡식과 어물이 있고 / 土物有稻梁魚鼈
풍속이 순박하니 / 風淳俗朴
선비가 예악과 시서를 말하네 / 士類談禮樂詩書
앞서 고려조에 흥기함이 있었고 / 曏在麗朝之興
그 사이 초나라 출신 선비가 있었네 / 間有楚産之彦
이승선은 한원에서 재주를 날려 / 李承宣游藝翰苑
몇 섬 저축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 不屑甔石之儲
우충정은 혼탁한 조정에 몸을 맡겨 / 禹忠靖委質昏朝
분주한 힘을 다했네 / 克效奔走之力
뒤에 적을 섬멸한 상을 받아 / 後因殲賊之賞
특별히 드러내어 군으로 명칭이 승격되었네 / 特表陞郡之名
빼어난 경치는 신선이 오르는 구역이라 불렀고 / 勝境號登仙之區
수령들은 대부분 빼어난 선비였네 / 出宰多搢紳之秀
조자실은 다스려 들판을 도모하여 / 趙子實治獲謀野
신비로운 솜씨로 건물의 규모를 빛나게 했고 / 神手煥廨宇之規
이 퇴계는 정사와 법률로 생선을 삶아 / 李退溪政法烹鮮
신선의 붓으로 강산을 채색하여 윤기 나게 했네 / 仙筆潤江山之彩
어찌 지기가 쇠하고 왕성함을 믿을 수 없어 / 何地氣衰旺之靡恃
천시에 홍수와 가뭄이 탈이 많은가 / 抑天時水旱之多愆
부역에 곤고하고 재물에 손상되어 / 困於役傷於財
부모 받들고 자식 돌볼 겨를이 없고 / 仰父俯子之無暇
굶주려도 먹지 못하고 힘들어도 쉬지 못해 / 飢不食勞不息
나가서 밭 갈고 돌아와 글 읽을 경황이 없네 / 出耕歸讀之未遑
문묘가 물결에 잠겨 / 文廟忍浸於驚湍
학교도 무성한 물이 자랐네 / 周庠哀鞠爲茂草
세월이 오래 흘러 / 且歷星霜之久遠
비바람에 기울어지고 꺾였네 / 盡爲風雨所傾摧
백 리에 현송하는 소리 / 百里絃歌
글 읽는 선비 보지 못했네 / 未見皷篋之士
작은 고을에 충신하니 / 十室忠信
창을 맨 병사가 되었네 / 擧作荷戈之兵
지역을 수비하는 부끄러움만 있나 / 豈徒爲守土之羞
나라를 도모하는 염려를 끼치네 / 抑亦貽謀國之慮
보잘것없는 사람이 고을을 맡아 / 念分憂之無狀
지혜를 다하여 성취가 있도록 힘쓰네 / 敢效智於有成
백성을 사랑하고 마음을 위로하여 / 字民心勞
정무로 쉬지 못하던 무마기에게 부끄럽고 / 遠愧戴星之巫馬
세금을 재촉하고 정사가 졸렬하니 / 催科政拙
죄수를 가두던 양성의 분수를 달게 여기네 / 甘分囚犴之陽城
한 번 봉해진 심간을 외람되게 걸러 / 猥瀝一封之心肝
형벌을 받아 만 번 죽기를 앉아서 기다리네 / 坐俟萬死之鼎鑊
밝음이 천리를 비추어 / 离明燭千里
일방에 크게 부르고 / 渙大號於一方
애통한 호소가 구천에 이르러 / 哀籲徹九天
십년에 무거운 부세를 감했네 / 蠲重賦於十稔
굶주린 수화에서 건져주고 / 拯己於窮餓之水火
흩어진 가족에게 인생을 즐겁게 해주었네 / 樂生乎流離之室家
성은에 고무함을 아니 / 唯知皷舞乎聖恩
밭 갈고 우물 파는 데에 황제의 힘을 알랴 / 豈識耕鑿乎帝力
천도는 기우는 이치가 있으니 / 天道有傾否之理
살과 뼈가 썩고 마른 풀에 싹이 돋는 것을 보았고 已見肉朽骨而榮枯荑
인성은 밝아 본래 선함으로 회복하니 / 人性回本善之明
거짓 집을 혁신하여 바른 집을 지으려 하네 / 爭欲革假宮而開正廟
거북점은 예전 군의 동쪽 모퉁이에서 먹고 / 龜食乎古郡之東奧
점은 선조의 예전 터에서 옮기네 / 卜遷乎先朝之舊基
은근하고 부지런하니 / 慇斯懃斯
시골 백성들이 힘들여 부역한 것을 불쌍히 여기고 / 愍村氓勞力之役
도끼와 톱들은 / 斧彼鉅彼
목수가 솜씨를 부리는 무리로다 / 借山髡游手之徒
겨우 전무의 위치가 이루어지니 / 纔殿廡之位成
벌써 여러 사람들이 축하하러 오네 / 已燕雀之賀至
두 서재를 마주 세웠으니 / 兩序對起
편안히 쉬며 거처하는 재실이네 / 爲宴居寢食之齋
마루 하나가 앞에 열렸으니 / 一堂前開
경서 끼고 토론하는 자리이고 / 乃橫經問難之地
삼가 신을 제사하여 길함에 나가고 / 謹妥神而就吉
예를 행하여 낙성을 아뢰었네 / 用酌醴而告成
만 길 상악산을 마주하니 / 對上岳萬仞
아득히 우뚝이 섬을 바라보고 / 巖巖瞻所立之卓爾
일대의 장강이 흐르니 / 橫長江一帶
혼연히 근본이 이와 같음을 보네 / 混混見有本之如斯
푸른 절벽은 적성에 가깝고 / 襯霞標於赤城
맑은 기운은 죽령에 통하네 / 通灝氣於竹嶺
더구나 이 좨주의 고향이 / 況此祭酒之故里
바로 강당의 서편에 있네 / 正在鱣堂之西偏
도끼 메고 자리 깔고 대죄했으니 / 荷斧席藁
충성은 뇌정의 노여움을 범하고 / 忠犯雷霆之怒
문 닫고 주역 읽었으니 / 閉戶讀易
학문은 성리의 근원을 탐구했네 / 學探性理之源
세상을 벗어나 동산에 은둔했고 / 超肥遯於丘園
마침내 징벽에서 문장이 영화로웠네 / 竟辭榮於徵辟
고인에게 질정하여도 부끄러움이 없고 / 質古人而無愧
이전 역사에 비추어 보아도 빛남이 있네 / 映前史而有光
큰 절개 맑은 명성 / 大節淸名
오히려 옛 노인이 입으로 전함이 있고 / 尙存於古老之傳口
예전 집안 남은 은택 / 舊家遺澤
먼 후손이 이어가서 끊어지지 않네 / 未斬於遠孫之肯堂
오히려 묘당에 종사해야 할 것이니 / 猶宜從事於廟庭
어찌 향사에 제향하리 / 豈止可祭於鄕社
빈 무덤에서 애통한 마음 일으키며 / 興哀墟墓
한 칸에서 향화를 받들고 / 奉香火於一間
남은 거리에서 공경을 일으키니 / 起欽遺閭
백세에 바람과 규범을 표하네 / 表風規於百世
후진들이 솟구쳐 일어나길 바라고 / 冀聳勵乎後進
구석진 곳에 본받고 보여주며 드러내네 / 彰視效於偏方
새로운 명이 아름다워 / 新命用休
흥기하여 덕을 떨치는 기회를 만났고 / 當興起振德之會
예전 법을 고치니 / 舊貫聿改
보고 느끼며 달려와 교화되는 기미를 부탁하네 / 屬觀感趨化之機
학문에 뜻을 둔 무리들은 / 咨爾志學之流
도를 구함이 늦었다고 말하지 말라 / 勿謂求道之暮
효제는 인을 행하는 근본이니 / 孝弟乃行仁之本
남은 힘이 있으면 글을 배우고 / 有餘力則學文
격치는 덕에 들어가는 방법이니 / 格致是入德之方
실지에서 깊이 체득해야 하네 / 宜深體乎實地
물 뿌리고 쓸며 응대하는 소학의 일부터 종사하여 / 自灑掃應對而從事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하는 대학의 공부로 미루어가리 / 至修齊治平而推行
곤궁해도 근심 잊고 / 窮且忘憂
연원을 거슬러 성현을 구하고 / 惟欲泝淵源而求賢聖
현달해도 도를 떠나지 않고 / 達不離道
옛사람의 찌꺼기를 주워 공명을 취하랴 / 何赴拾糟粕而取功名
스승이라 부르지만 교화를 다하지 못하고 / 雖僭師未盡於甄陶
선비 길러 노나라 변하도록 분발하네 / 宜蒙士自奮乎變魯
임시로 수령이 일을 게을리 하여 / 顧假守之怠事
남으로 인하여 이룬 것이 부끄럽네 / 愧因人而享成
의논을 내어 금공의 화답받고 / 贊議則和受琴公
감독은 구령 장씨가 했네 / 蕫役則九齡張氏
이방백은 서적을 인출하여 간수하니 / 李方伯印藏書冊
마음이 문학을 숭상하는 데에 간절하고 / 心旣切於右文
최현숙은 재물을 도와주었으니 / 崔見叔助贍資財
뜻이 또한 부지런히 도를 수호했네 / 志亦勤於衛道
일이 우연하지 않은 곳에서 나왔으니 / 事出非偶
공적을 모두 기록할 만 하네 / 功皆可書
재물을 베푼 사람은 승려와 도사에게 아첨하던 / 施財媚緇黃
대부분 유가의 부류인데 / 多是儒家者類
말로는 양주와 묵적을 거절하니 / 能言拒楊墨
어찌 성인의 무리가 아니랴 / 豈非聖人之徒
하읍이 중수함을 경하하니 / 慶下邑之重新
하늘이 묵묵히 도와주네 / 殆上蒼之默佑
여러 사람들에게 기쁜 노래를 채록하여 / 敢採歡謳於諸子
애오라지 여섯 방향에 축하를 드리네 / 聊效善祝於六方
어영차, 들보 동쪽에 던지세 / 兒郞偉抛梁東
눈 아래 강산은 몇 겹 그림인가 / 眼底江山畫幾重
삼도의 선풍이 자리로 불어오고 / 三島仙風來几席
쌍암의 상쾌한 기운 흉금을 당기네 / 雙巖爽氣挹襟胸
어영차, 들보 서쪽에 던지세 / 兒郞偉抛梁西
학자가 관을 터니 제나라 변하려 하네 / 學子彈冠欲變齊
천고의 신령한 기운이 트이고 우뚝함에 있으니 / 千古釀靈融峙在
벽오동에 봉황이 깃듦을 보게 되리 / 碧梧應見鳳鸞棲
어영차, 들보 남쪽에 던지세 / 兒郞偉抛梁南
원기가 웅장하게 서려 빼어난 빛이 어리네 / 元氣雄蟠秀色涵
비경 드러낼 그날이 응당 있으리니 / 呈露祕慳應有日
남쪽 향해 멋지게 지어 구름과 산기운이 아름답네 / 面陽華搆媚雲嵐
어영차, 들보 북쪽에 던지세 / 兒郞偉抛梁北
화봉인이 성인에게 축원한 궁궐을 보이네 / 祝聖華封瞻紫極
이제 좁은 단양에 우로가 깊어져 / 自是偏丘雨露深
물 마른 물고기와 마른 풀에 생기가 솟아나리 / 涸魚枯草生顔色
어영차, 들보 위쪽에 던지세 / 兒郞偉抛梁上
굽어보고 우러러봄에 솔개와 물고기에 이치 드러나네 / 理著鳶魚昭俯仰
담장 높아 문으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탄식하지 마라 / 莫歎牆高未得門
가득한 경서의 가르침은 손바닥을 보는 듯하네 / 洋洋經訓示諸掌
어영차, 들보 아래쪽에 던지세 / 兒郞偉抛梁下
선비들 왕도 말할 줄 알아 패도 말하길 부끄러워하네 / 士識談王羞說覇
태평한 운세 지금 오백년을 주기로 하니 / 泰運今當五百期
빼어난 선비들 다투어 흥기하네 / 會看髦士爭興化
삼가 바라건대 들보를 올린 뒤에 선비는 농사에서 벗어나고 사람은 예법을 익혀 단의 은행나무에 때맞은 비가 내려 영화를 발하고 뜰의 회나무에 낙엽 흩어져 문풍(文風)을 떨치게 하소서. 집집마다 안자(顔子)와 맹자(孟子), 정자(程子)와 주자(朱子)를 법 삼아 성인이 더욱 일어나며, 하늘의 해와 달, 땅의 바다와 산악에 영원히 대도(大道)가 행해짐을 보리라. 태평성세를 맞이하고 새로운 교화가 시작되기를 바라네.
[주-D001] 적성향교(赤城鄕校) : 단양은 본디 고구려 적산현(赤山縣) 또는 적성(赤城)이라 하였다. 향교(鄕校)는 군 남쪽 1리에 있는데 풍화루(風化樓)가 있다. 1416년에 지군(知郡) 이작(李作)이 세웠다.
[주-D002] 백성들은 …… 모르네 : 일반 백성들이 무지함을 뜻한다.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인자(仁者)는 도를 보고서 인(仁)이라 하고, 지자(知者)는 도를 보고서 지(知)라 하는데, 백성들은 날마다 쓰면서도 알지 못한다.〔百姓日用而不知〕”라는 말이 나온다.
[주-D003] 구이(九夷)에 …… 누추하랴 : 구이(九夷)는 아홉 종족이 있는 동방의 오랑캐를 가리킨다. 공자(孔子)가 일찍이 구이에 가서 살고 싶어하자, 혹자가 말하기를 “더러운 곳이거늘 어떻게 살겠습니까.”라고 하므로, 공자가 이르기를 “군자(君子)가 그곳에 살면 무슨 더러울 것이 있겠는가.”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子罕》
[주-D004] 수선(首善) : ‘선(善)을 시작한다’ 또는 ‘모범을 세운다’는 뜻으로《한서(漢書)》권88 〈유림전(儒林傳)〉의 “교화를 폄에 있어 수선(首善)을 경사(京師)로부터 시작한다.”라는 대목에서 유래하였다. 일반적으로는 수도(首都)나 성균관(成均館)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주-D005] 이승선(李承宣) : 이공로(李公老)를 가리킨다. 고려 명종(明宗) 때에 과거에 장원 급제하였다. 문장이 넉넉하고 더욱 사륙문(四六文)에 능하였다. 고종(高宗) 때에 나가서 경상도 안찰사(慶尙道按察使)가 되었는데, 명령하면 행하고 금지하면 그쳐 관내(管內)가 잘 다스려지자 우부승선(右副承宣)으로 승진하여, 임금이 의지하여 복심(腹心)을 삼았다. 죽은 뒤에 집에는 한 섬 곡식도 쌓아둔 것이 없었다.
[주-D006] 우충정(禹忠靖) : 우현보(禹玄寶, 1333~1400)로 충정은 그의 시호이다. 자는 원공(原功), 본관은 단양(丹陽)이다. 1355년 문과에 급제, 좌사의대부(左司議大夫)를 거쳐 우왕 때 정당문학(政堂文學) 등을 지내고 공신의 호를 받았다. 1388년(우왕14) 이성계(李成桂)의 위화도회군(威化島回軍)으로 파직되었다가 1390년(공양왕2) 판삼사사(判三司事)가 되었고, 1392년 정몽주(鄭夢周)의 시체를 수습하여 장례를 치렀다 하여 경주(慶州)에 유배되었다. 1398년(태조7) 복관되어 이듬해 단양백(丹陽伯)에 봉하여졌다.
[주-D007] 조자실(趙子實) : 조세영(趙世英)으로, 자실은 그의 자이다. 조선 중종(中宗) 때의 문신이다. 본관은 풍양(豊壤), 조지부(趙之孚)의 아들이다. 학문이 널리 알려져 1535년에 조사수(趙士秀) 등과 함께 사유록(師儒錄)에 올랐고, 사성(司成) 등을 지냈다.
[주-D008] 현송(絃誦)하는 소리 : 지방 수령(守令)의 어진 교화를 뜻한다. 현송은 현가(絃歌)와 같다. 현가는 금슬(琴瑟)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것으로, 예악(禮樂)의 교화를 뜻한다. 제자인 자유(子遊)가 무성(武城)이라는 고을의 읍재(邑宰)로 있으면서 현가로 백성을 교화하는 것을 보고 공자가 흐뭇해 한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論語 陽貨》
[주-D009] 글 읽는 선비 : 《예기(禮記)》 〈학기(學記)〉에 “입학하여 북을 쳐서 울리고 책을 꺼내는 것은 그 학업을 공손히 받기 위함이다.〔入學鼓篋 孫其業也〕”라고 한 데서 온 말로, 고협(鼓篋)은 곧 학생이 책을 싸 가지고 수업하러 가는 것을 말한다.
[주-D010] 무마기(巫馬期)에게 부끄럽고 : 무마기를 본받아 밤낮 정무에 부지런히 힘쓰지 못함을 비유한다. 《여씨춘추(呂氏春秋)》 〈찰현(察賢)〉에 “복자천이 선보(單父)를 다스릴 때 명금(鳴琴)을 타고 몸이 당을 내려오지 않았으나 선보 땅이 잘 다스려졌고, 무마기는 별을 보고 나가고 별을 보고 들어와서 밤낮 쉬지 않고 몸소 친히 돌보아서 선보 땅이 또한 잘 다스려졌다.”라고 하였다.
[주-D011] 밭 …… 알랴 : 중국 황제의 은혜 덕분에 태평 시대를 구가하고 있으므로 현실 정치에 크게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요(堯) 임금 때에 노인이 지었다는 〈격양가(擊壤歌)〉에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쉬면서, 내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내 밭을 갈아서 밥 먹나니,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랴.〔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於我何有哉〕”라는 말이 나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D012] 상악산(上岳山) : 단양에 있는 산 이름이다. 퇴계가 단양 군수로 재임 중에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주-D013] 좨주(祭酒)의 고향 : 성균 좨주(成均祭酒)를 지낸 우탁(禹倬, 1263~1342)이 단양 출신이다. 우탁은 고려 말 정주학(程朱學) 수용 초기의 유학자로, 치사(致仕)한 뒤 예안(禮安)에 은거하면서 후진 교육에 전념하였다. 경사(經史)에 통달하였고 역학(易學)에 더욱 조예가 깊어 세상에서 ‘역동선생(易東先生)’이라 일컬어졌다.
[주-D014] 동산에 은둔했고 : 구원(丘園)은 언덕과 전원으로 은사(隱士)가 거처하는 곳을 이른다. 《주역》 〈비괘(賁卦)〉육오(六五)에 “향리의 뒷동산을 아름답게 꾸몄으나 한 묶음 비단 필이 조촐하기만 하니, 인색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끝내는 길하리라.〔賁于丘園 束帛戔戔 吝終吉〕”라는 말이 나온다.
[주-D015] 후손이 이어가서 : 가업(家業)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서경》 〈대고(大誥)〉의 “아버지가 집을 지으려 하여 이미 설계까지 끝냈다 하더라도, 그 자손이 집터도 닦으려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집이 완성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若考作室 旣底法 厥子乃不肯堂 矧肯構〕”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D016] 효제(孝弟)는 …… 근본이니 : 《논어》 〈학이(學而)〉에 “군자는 근본을 힘쓰니,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발생하는 것이다. 효(孝)와 제(弟)는 그 인(仁)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다.〔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라고 하였다.
[주-D017] 남은 …… 배우고 : 사람들로 하여금 일상생활에서 도리를 행하고 나서 또 글을 배우도록 한 것이다. 《논어》 〈학이〉에서 공자가 “제자(弟子)가 들어가서는 효(孝)하고 나와서는 공손(恭遜)하며, 행실을 삼가고 말을 성실하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인(仁)한 이를 친히 해야 하니, 이것을 행하고 나서도 여력이 있을 경우에는 학문을 하라.〔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 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라고 하였다.
[주-D018] 현달해도 …… 않고 : 《맹자》 〈진심(盡心)〉에 “선비는 궁해져도 의리를 잃어버리지 않고, 궁해져도 의리를 잃어버리지 않는다.〔士 窮不失義 達不離道〕”라는 말이 있다.
[주-D019] 승려와 도사 : 치의(緇衣)와 황관(黃冠), 즉 승려는 검은 먹물 옷을 입고 도사(道士)는 누런 관을 쓰므로 승려와 도사를 일컫는 말이다.
[주-D020] 제(齊)나라 변하려 하네 : 과거의 자취를 말끔히 씻고 다시 새롭게 개혁해 나간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논어》 〈옹야(雍也)〉에 “제나라를 한 번 변화시키면 노나라의 경지에 이르게 할 수 있고, 노나라를 한 번 변화시키면 선왕의 도의 경지에 이르게 할 수 있다.〔齊一變至於魯 魯一變至於道〕”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주-D021] 봉황이 깃듦 :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남방에 원추라는 새가 있는데, 자네는 아는가? 원추는 남쪽 바다를 출발하여 북쪽 바다로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쉬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단물이 나는 샘이 아니면 마시지 않았다네.〔南方有鳥 其名爲鵷鶵 子知之乎 夫鵷鶵發於南海 而飛於北海 非梧桐不止 非練實不食 非醴泉不飮〕”라고 하였다. 원추는 봉황의 일종이다.
[주-D022] 화봉인(華封人)이 성인에게 축원 : 화(華)라고 하는 땅의 봉인(封人)이 수(壽), 부(富), 다남자(多男子)라고 하는 세 가지로써 당시 성인 요(堯) 임금을 축도(祝禱)했던 고사가 전한다. 성어(成語)로는 ‘화봉삼축(華封三祝)’이라 한다. 《莊子 天地》
[주-D023] 물 마른 물고기 :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서 헐떡이는 물고기인 학철어(涸轍魚)를 말하는데, 위기에 처해 있음을 뜻한다. 《장자》 〈대종사(大宗師)〉의 “물이 바짝 말라 물고기들이 땅바닥에 처하게 되면, 서로들 김을 내뿜어 축축하게 해 주고 서로들 거품으로 적셔 준다.〔泉涸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주-D024] 솔개와 …… 드러나네 : 만물이 각각 부여된 천성을 다한다는 말이다. 《시경》 〈한록(旱麓)〉에 “솔개는 날아 하늘에 이르거늘 고기는 못에서 뛰놀도다.〔鳶飛戾天 魚躍于淵〕”라고 하였다.
[주-D025] 담장 …… 마라 : 공자의 학문의 경지가 매우 높음을 비유한 것이다. 자공(子貢)이 공자의 높고 심오한 도를 상징하여 말하기를 “비유하건대, 부자(夫子)의 담장은 높이가 두어 길이나 되는지라, 그 문호(門戶)를 통해서 들어가지 않으면 종묘(宗廟)의 아름다움과 백관(百官)의 풍부함을 볼 수가 없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子張》
[주-D026] 손바닥을 보는 듯하네 : 매우 하기 쉬움을 뜻한다. 《중용장구》제19장에서 “교와 사의 예와 천자나 종묘의 큰 제사인 체(禘)나 가을에 지내는 상(甞) 제사의 뜻에 밝으면 손바닥을 보는 것과 같다〔明乎郊社之禮 禘嘗之義 治國 其如示諸掌乎〕”라고 하였다.
[주-D027] 왕도 …… 부끄러워하네 : 《맹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 맹자가 “중니(仲尼)의 문도(門徒)들은 제환공(齊桓公)과 진문공(晉文公)의 일을 말한 자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후세에 전해진 것이 없어, 신(臣)이 아직 듣지 못하였습니다.〔仲尼之徒 無道桓文之事者 是以 後世無傳焉 臣未之聞也〕”라는 구절의 주자집주에 한(漢)나라 동중서(董仲舒)가 “중니(仲尼)의 문하(門下)에는 오척 동자(五尺童子)들도 오패(五伯)를 칭하기를 부끄러워하였으니, 이는 그 속임수와 무력을 앞세우고 인의(仁義)를 뒤로 하였기 때문이다.〔董子曰 仲尼之門 五尺童子 羞稱五伯 爲其先詐力而後仁義也〕”라고 한 말을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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