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명〔鏡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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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4회 작성일 21-07-28 14:27본문
경명〔鏡銘〕
내가 일찍이 상인에게 옛날 거울을 사서 벽 사이에 걸어두었는데, 맑은 광채가 환하게 나와 모든 모양을 비추어 삼라만상이 숨김없이 드러나니, 멀리는 사물에서 취하고 가까이는 마음에서 취하여 그 청명한 성(性)을 본받고 그 본연의 선(善)을 회복하여 영대(靈臺)로 하여금 밝게 빛나 온갖 이치에 모두 통하여 고명한 경지에 나아갈 수가 있다. 얼마 되지 않아 경대 속에 감춰졌다가 달포가 지나 열어 보면 먼지가 어둡게 잠식하고 푸른 무늬가 끼니 이를 가지고 모양을 비추어도 어두워서 보이는 것이 없다. 이윽고 다시 갈아 그 먼지를 씻고 그 어두움을 다스린다면 하루아침도 못 되어 마치게 될 것이다. 그러한 뒤에 예전에 어두웠던 것이 다시 밝아지고 이전에 잠식됐던 것이 다시 열려 온갖 형상을 환히 비추어 곱고 추함을 분변한다면, 전날과 비교하여 양보함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해와 달이 어두워져 잠식됐다가 단번에 예전 모습으로 회복하면 광채가 현란하게 빛나 모든 경치가 모두 새로워지는 것과 같다.
아, 거울은 본래 정이 없으니 어찌 외부의 더러움으로 인하여 가려짐이 있겠는가? 그러나 경대에 감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득 먼지에 침식되더라도 하루아침에 씻어 버리고 다시 예전의 밝음을 회복한다. 더구나 사람의 마음은 가리는 것이 하나가 아니어서 기품(氣稟)이 처음 태어날 때 구애되고 물욕(物欲)이 태어난 뒤에 빠져서 유혹이 그 지각(知覺)을 빼앗고 흐릿함이 그 밝은 명을 가려 외물에 감응해도 흔적이 없는 마음으로 하여금 도리어 정욕(情欲)이 서로 방탕하여 더러운 곳에 빠진다면, 거울이 경대에 감추어져 수모를 당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러나 그 본래 밝은 바탕은 하늘로부터 얻어서 끝내 어둡게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그 잠깐 사이에 한번이라도 각성하여 씻어서 깨끗하게 씻는 공부를 하여 참으로 그 이욕(利欲)의 어두움을 제거하고 스스로 혁신함이 있다면 내가 하늘로부터 얻은 것이 밝지 않음이 없으니, 이 텅빈 가운데로 나아가면 본체는 이미 환해졌으니, 이는 거울이 어둡게 가려졌다가 다시 밝아진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것은 태갑(太甲)이 방종하여 예법을 허물었으나 마침내 그 덕을 능히 마칠 수 있게 하였고, 성왕(成王)이 어려서 혼미했지만 끝내 그 덕을 밝힌 이유이다. 대체로 허령(虛靈)한 마음은 하나의 밝은 거울과 같다. 밝고 어두운 기미가 이와 다름이 없으니 사물에 나아가 이치를 궁구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그 거울에 명(銘)을 새겨 스스로 경계하노라.
밝고도 둥글함은 / 明而圓
하늘에서 얻었고 / 得之於天
씻어서 새로움은 / 滌而新
사람에게 있도다 / 在諸人焉
그 하는 것을 보고 / 視其所以
그 말미암은 바를 관찰하면 / 觀其所由
사람이 어떻게 속일 수 있겠는가 / 人焉廋哉
사람이 어떻게 속일 수 있겠는가 / 人焉廋哉
[주-D001] 사람의 …… 없는 : 정자(程子)의 〈시잠(視箴)〉에 “마음의 본체는 허령(虛靈)한지라, 외물(外物)에 응할 적에 종적(蹤迹)이 없다. 마음을 잡아 보존하는 요령이 있으니, 보는 것이 바로 그 법도가 된다. 외물이 가리우며 눈앞에 교차하면, 마음 또한 옮겨 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밖에서 제어하여 안을 안정시켜야 하는 것이다. 극기복례 공부를 이로부터 시작하면, 시간이 감에 따라 성의 경지에 이르리라.〔心兮本虛 應物無迹 操之有要 視爲之則 蔽交於前 其中則遷 制之於外 以安其內 克己復禮 久而誠矣〕”라고 하였다.
[주-D002] 태갑(太甲)이 …… 하였고 : 은(殷)나라 왕 태갑이 이윤(伊尹)의 보필을 받아 평생토록 그 덕을 진실하고 전일하게 지켰는데도 이윤은 그 덕을 변하지 말라고 경계한 것이다. 《서경》 〈태갑 중(太甲中)〉에 “황천이 우리 상나라를 보우하사 사왕으로 하여금 그 덕을 능히 마칠 수 있게 하였다.〔皇天眷佑有商 俾嗣王克終厥德〕”라고 하였고, 〈함유일덕(咸有一德)〉에 “덕이 한결같으면 매사에 길하지 않음이 없고 덕이 한결같지 못하면 매사에 흉하지 않음이 없다.〔德惟一 動罔不吉 德二三 動罔不凶〕”라고 하였다.
[주-D003] 성왕(成王)이 …… 이유 : 성왕은 주(周)나라의 두 번째 왕으로 무왕(武王)의 아들인데, 이름은 송(誦)이다. 숙부인 주공(周公)의 보좌를 받아 훌륭한 정치를 하였다. 신하들의 경계를 받고는 “나 소자가, 총명하지 못하여 공경하지 못하나, 날로 나아가고 달로 진보하여 학문이 계속해 밝아져 광명함에 이르렀다.〔維予小子 不聰敬止 日就月將 學有緝熙于光明〕”라는 등의 말을 하면서 학업에 열중할 뜻을 보였다. 《詩經 周頌 敬之》
[주-D004] 그 …… 있겠는가 : 《논어》 〈위정(爲政)〉에 보이는 내용으로, 사람의 행위의 동기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일찍이 상인에게 옛날 거울을 사서 벽 사이에 걸어두었는데, 맑은 광채가 환하게 나와 모든 모양을 비추어 삼라만상이 숨김없이 드러나니, 멀리는 사물에서 취하고 가까이는 마음에서 취하여 그 청명한 성(性)을 본받고 그 본연의 선(善)을 회복하여 영대(靈臺)로 하여금 밝게 빛나 온갖 이치에 모두 통하여 고명한 경지에 나아갈 수가 있다. 얼마 되지 않아 경대 속에 감춰졌다가 달포가 지나 열어 보면 먼지가 어둡게 잠식하고 푸른 무늬가 끼니 이를 가지고 모양을 비추어도 어두워서 보이는 것이 없다. 이윽고 다시 갈아 그 먼지를 씻고 그 어두움을 다스린다면 하루아침도 못 되어 마치게 될 것이다. 그러한 뒤에 예전에 어두웠던 것이 다시 밝아지고 이전에 잠식됐던 것이 다시 열려 온갖 형상을 환히 비추어 곱고 추함을 분변한다면, 전날과 비교하여 양보함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해와 달이 어두워져 잠식됐다가 단번에 예전 모습으로 회복하면 광채가 현란하게 빛나 모든 경치가 모두 새로워지는 것과 같다.
아, 거울은 본래 정이 없으니 어찌 외부의 더러움으로 인하여 가려짐이 있겠는가? 그러나 경대에 감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득 먼지에 침식되더라도 하루아침에 씻어 버리고 다시 예전의 밝음을 회복한다. 더구나 사람의 마음은 가리는 것이 하나가 아니어서 기품(氣稟)이 처음 태어날 때 구애되고 물욕(物欲)이 태어난 뒤에 빠져서 유혹이 그 지각(知覺)을 빼앗고 흐릿함이 그 밝은 명을 가려 외물에 감응해도 흔적이 없는 마음으로 하여금 도리어 정욕(情欲)이 서로 방탕하여 더러운 곳에 빠진다면, 거울이 경대에 감추어져 수모를 당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러나 그 본래 밝은 바탕은 하늘로부터 얻어서 끝내 어둡게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그 잠깐 사이에 한번이라도 각성하여 씻어서 깨끗하게 씻는 공부를 하여 참으로 그 이욕(利欲)의 어두움을 제거하고 스스로 혁신함이 있다면 내가 하늘로부터 얻은 것이 밝지 않음이 없으니, 이 텅빈 가운데로 나아가면 본체는 이미 환해졌으니, 이는 거울이 어둡게 가려졌다가 다시 밝아진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것은 태갑(太甲)이 방종하여 예법을 허물었으나 마침내 그 덕을 능히 마칠 수 있게 하였고, 성왕(成王)이 어려서 혼미했지만 끝내 그 덕을 밝힌 이유이다. 대체로 허령(虛靈)한 마음은 하나의 밝은 거울과 같다. 밝고 어두운 기미가 이와 다름이 없으니 사물에 나아가 이치를 궁구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그 거울에 명(銘)을 새겨 스스로 경계하노라.
밝고도 둥글함은 / 明而圓
하늘에서 얻었고 / 得之於天
씻어서 새로움은 / 滌而新
사람에게 있도다 / 在諸人焉
그 하는 것을 보고 / 視其所以
그 말미암은 바를 관찰하면 / 觀其所由
사람이 어떻게 속일 수 있겠는가 / 人焉廋哉
사람이 어떻게 속일 수 있겠는가 / 人焉廋哉
[주-D001] 사람의 …… 없는 : 정자(程子)의 〈시잠(視箴)〉에 “마음의 본체는 허령(虛靈)한지라, 외물(外物)에 응할 적에 종적(蹤迹)이 없다. 마음을 잡아 보존하는 요령이 있으니, 보는 것이 바로 그 법도가 된다. 외물이 가리우며 눈앞에 교차하면, 마음 또한 옮겨 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밖에서 제어하여 안을 안정시켜야 하는 것이다. 극기복례 공부를 이로부터 시작하면, 시간이 감에 따라 성의 경지에 이르리라.〔心兮本虛 應物無迹 操之有要 視爲之則 蔽交於前 其中則遷 制之於外 以安其內 克己復禮 久而誠矣〕”라고 하였다.
[주-D002] 태갑(太甲)이 …… 하였고 : 은(殷)나라 왕 태갑이 이윤(伊尹)의 보필을 받아 평생토록 그 덕을 진실하고 전일하게 지켰는데도 이윤은 그 덕을 변하지 말라고 경계한 것이다. 《서경》 〈태갑 중(太甲中)〉에 “황천이 우리 상나라를 보우하사 사왕으로 하여금 그 덕을 능히 마칠 수 있게 하였다.〔皇天眷佑有商 俾嗣王克終厥德〕”라고 하였고, 〈함유일덕(咸有一德)〉에 “덕이 한결같으면 매사에 길하지 않음이 없고 덕이 한결같지 못하면 매사에 흉하지 않음이 없다.〔德惟一 動罔不吉 德二三 動罔不凶〕”라고 하였다.
[주-D003] 성왕(成王)이 …… 이유 : 성왕은 주(周)나라의 두 번째 왕으로 무왕(武王)의 아들인데, 이름은 송(誦)이다. 숙부인 주공(周公)의 보좌를 받아 훌륭한 정치를 하였다. 신하들의 경계를 받고는 “나 소자가, 총명하지 못하여 공경하지 못하나, 날로 나아가고 달로 진보하여 학문이 계속해 밝아져 광명함에 이르렀다.〔維予小子 不聰敬止 日就月將 學有緝熙于光明〕”라는 등의 말을 하면서 학업에 열중할 뜻을 보였다. 《詩經 周頌 敬之》
[주-D004] 그 …… 있겠는가 : 《논어》 〈위정(爲政)〉에 보이는 내용으로, 사람의 행위의 동기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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