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계 뒤에 적음〔書司馬契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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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01회 작성일 21-07-28 14:15본문
사마계 뒤에 적음〔書司馬契後〕
남자로 태어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요순(堯舜)을 함께 받들고 공맹(孔孟)을 함께 담론하는 것은 선비의 다행이다. 또한 시골 이웃과 자취를 나란히 하여 뜻과 덕이 비슷한 노소와 함께 교유하면서 즐거움을 삼는 것은 더욱 다행 중에 다행이다. 내 고향에 옛날《채련록(採蓮錄)》이 있었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너덜너덜해진 것을 상사(上舍) 이계(李禊)씨가 고쳐서 새롭게 하고 오래도록 간행하지 못한 것을 도모하여 나에게 그 사이에 이름을 올려 글을 지어 줄 것을 부탁했다.
일찍이 맹자의 말을 들으니 “한 고을의 훌륭한 선비라야 한 고을의 훌륭한 선비들과 벗할 수 있다.” 했으니, 어찌 정(情)이 교칠(膠漆)처럼 투합되고 도(道)가 금란(金蘭)처럼 맞아 백 년 동안 다졌던 의리가 신교(神交)나 상우(尙友)와 견줄 것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방금〈녹명(鹿鳴)〉을 부르면서 이름을 글에 올리니 모두 은택을 입힐 뜻이 있지만 저 득실에 있어서는 각각 명(命)이 있다. 그러나 도달하여 함께 이룬다면 한 나라의 빛이 되지만, 궁하여서 홀로 숨어 선을 즐기면 한 고을의 바람이 되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일방의 원기를 모을 수 있으니 한 때의 출처(出處)은 비교할 가치도 없는 것이다. 봄가을에 계사(禊事)를 치르는데 이르러 계돈사(鷄豚社)를 결성하는 것은 계절 따라 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도를 강론하는 즐거움과 허물을 바로잡는 유익함이 나의 덕을 증진시키고 남을 훈화(薰化)시켜 외인(外人)이 용문(龍門)에 오르는 것처럼 바라니, 전후 수재(守宰)가 지급한 노비와 넉넉한 재물은 한 몸의 우아함이 될 뿐만 아니라, 사문(斯文)의 바탕이 되는 것이 또한 이미 두텁다.
제군(諸君)이 자처함에 있어서 가벼이 해서는 안 되는데, 더구나 규약의 끝에 어찌 서로 저버리는 일이 있겠는가? 아, 대부 중에 어진 사람과 선비 중에 어진 사람이 모두 한 편에 있어 눈앞에 또렷하니, 한 고을의 영광과 성사(盛事)는 더할 것이 없다. 지금부터 삼가 써서 끊어짐이 없어서 후세가 무궁하기를 기다린다. 삼가 발문을 짓는다.
[주-D001] 한 …… 있다 : 《맹자》 〈만장 하(萬章下)〉에 “한 고을의 훌륭한 선비라야 한 고을의 훌륭한 선비들과 벗할 수 있고, 한 나라의 훌륭한 선비라야 한 나라의 훌륭한 선비들과 벗할 수 있고, 천하의 훌륭한 선비라야 천하의 훌륭한 선비들과 벗할 수 있다.〔一鄕之善士 斯友一鄕之善士 一國之善士 斯友一國之善士 天下之善士 斯友天下之善士〕”라고 하였다.
[주-D002] 정(情)이 교칠(膠漆)처럼 투합되고 : 교칠은 아교와 옻인데, 아교와 옻을 합하면 매우 견고하게 결합한다. 뇌의(雷義)와 진중(陳重)이 우정이 매우 두터웠으므로 그때 사람들이 말하기를 “아교(阿膠)와 옻〔漆〕을 섞으면 굳게 합하지만 그래도 뇌의와 진중 두 사람의 우정만큼 굳지는 못하다.〔膠漆自謂堅 不如雷與陳〕”라고 하였다. 《後漢書 卷81 雷義列傳》
[주-D003] 도(道)가 금란(金蘭)처럼 맞아 : 매우 두터운 우정을 뜻한다.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니 그 예리함이 쇠를 끊는다. 마음을 같이하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라고 하였다.
[주-D004] 신교(神交)나 상우(尙友) : 신교(神交)는 정신으로 사귀어 뜻이 서로 투합하는 것이다. 상우는 위로 고인(古人)을 벗하는 것이다. 상우는《맹자》 〈만장 하(萬章下)〉에 맹자(孟子)가 “천하의 선비들과 사귀는 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하여 다시 위로 올라가 고인(古人)을 논하는 것이니, 그 시를 외우고 그 저서를 읽고도 그 사람을 알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이런 까닭에 그 사람이 산 시대를 논하는 것이니, 이것이 상우이다.〔以友天下之善士爲未足 又尙論古之人 頌其詩 讀其書 不知其人可乎 是以論其世也 是尙友也〕”라고 하였다.
[주-D005] 녹명(鹿鳴)을 부르면서 : 《시경》 〈녹명(鹿鳴)〉에 “사슴이 우네, 들판에서 쑥을 뜯네. 나에게 반가운 손들 모여, 비파 뜯고 피리도 부노라.〔呦呦鹿鳴 食野之苹 我有嘉賓 鼓瑟吹笙〕”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임금이 어진 신하들을 불러 잔치를 베풀면서 군신(君臣) 사이의 정을 노래한 것이다.
[주-D006] 계돈사(鷄豚社) : 온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계(契)를 닦는 것을 가리킨 말로, 한유(韓愈)의 시에 “같은 마을 사람들을 위하여, 계돈으로 봄 가을에 잔치하리라.〔願爲同社人 雞豚燕春秋〕”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昌黎集 卷7 南溪始泛》
남자로 태어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요순(堯舜)을 함께 받들고 공맹(孔孟)을 함께 담론하는 것은 선비의 다행이다. 또한 시골 이웃과 자취를 나란히 하여 뜻과 덕이 비슷한 노소와 함께 교유하면서 즐거움을 삼는 것은 더욱 다행 중에 다행이다. 내 고향에 옛날《채련록(採蓮錄)》이 있었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너덜너덜해진 것을 상사(上舍) 이계(李禊)씨가 고쳐서 새롭게 하고 오래도록 간행하지 못한 것을 도모하여 나에게 그 사이에 이름을 올려 글을 지어 줄 것을 부탁했다.
일찍이 맹자의 말을 들으니 “한 고을의 훌륭한 선비라야 한 고을의 훌륭한 선비들과 벗할 수 있다.” 했으니, 어찌 정(情)이 교칠(膠漆)처럼 투합되고 도(道)가 금란(金蘭)처럼 맞아 백 년 동안 다졌던 의리가 신교(神交)나 상우(尙友)와 견줄 것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방금〈녹명(鹿鳴)〉을 부르면서 이름을 글에 올리니 모두 은택을 입힐 뜻이 있지만 저 득실에 있어서는 각각 명(命)이 있다. 그러나 도달하여 함께 이룬다면 한 나라의 빛이 되지만, 궁하여서 홀로 숨어 선을 즐기면 한 고을의 바람이 되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일방의 원기를 모을 수 있으니 한 때의 출처(出處)은 비교할 가치도 없는 것이다. 봄가을에 계사(禊事)를 치르는데 이르러 계돈사(鷄豚社)를 결성하는 것은 계절 따라 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도를 강론하는 즐거움과 허물을 바로잡는 유익함이 나의 덕을 증진시키고 남을 훈화(薰化)시켜 외인(外人)이 용문(龍門)에 오르는 것처럼 바라니, 전후 수재(守宰)가 지급한 노비와 넉넉한 재물은 한 몸의 우아함이 될 뿐만 아니라, 사문(斯文)의 바탕이 되는 것이 또한 이미 두텁다.
제군(諸君)이 자처함에 있어서 가벼이 해서는 안 되는데, 더구나 규약의 끝에 어찌 서로 저버리는 일이 있겠는가? 아, 대부 중에 어진 사람과 선비 중에 어진 사람이 모두 한 편에 있어 눈앞에 또렷하니, 한 고을의 영광과 성사(盛事)는 더할 것이 없다. 지금부터 삼가 써서 끊어짐이 없어서 후세가 무궁하기를 기다린다. 삼가 발문을 짓는다.
[주-D001] 한 …… 있다 : 《맹자》 〈만장 하(萬章下)〉에 “한 고을의 훌륭한 선비라야 한 고을의 훌륭한 선비들과 벗할 수 있고, 한 나라의 훌륭한 선비라야 한 나라의 훌륭한 선비들과 벗할 수 있고, 천하의 훌륭한 선비라야 천하의 훌륭한 선비들과 벗할 수 있다.〔一鄕之善士 斯友一鄕之善士 一國之善士 斯友一國之善士 天下之善士 斯友天下之善士〕”라고 하였다.
[주-D002] 정(情)이 교칠(膠漆)처럼 투합되고 : 교칠은 아교와 옻인데, 아교와 옻을 합하면 매우 견고하게 결합한다. 뇌의(雷義)와 진중(陳重)이 우정이 매우 두터웠으므로 그때 사람들이 말하기를 “아교(阿膠)와 옻〔漆〕을 섞으면 굳게 합하지만 그래도 뇌의와 진중 두 사람의 우정만큼 굳지는 못하다.〔膠漆自謂堅 不如雷與陳〕”라고 하였다. 《後漢書 卷81 雷義列傳》
[주-D003] 도(道)가 금란(金蘭)처럼 맞아 : 매우 두터운 우정을 뜻한다.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니 그 예리함이 쇠를 끊는다. 마음을 같이하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라고 하였다.
[주-D004] 신교(神交)나 상우(尙友) : 신교(神交)는 정신으로 사귀어 뜻이 서로 투합하는 것이다. 상우는 위로 고인(古人)을 벗하는 것이다. 상우는《맹자》 〈만장 하(萬章下)〉에 맹자(孟子)가 “천하의 선비들과 사귀는 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하여 다시 위로 올라가 고인(古人)을 논하는 것이니, 그 시를 외우고 그 저서를 읽고도 그 사람을 알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이런 까닭에 그 사람이 산 시대를 논하는 것이니, 이것이 상우이다.〔以友天下之善士爲未足 又尙論古之人 頌其詩 讀其書 不知其人可乎 是以論其世也 是尙友也〕”라고 하였다.
[주-D005] 녹명(鹿鳴)을 부르면서 : 《시경》 〈녹명(鹿鳴)〉에 “사슴이 우네, 들판에서 쑥을 뜯네. 나에게 반가운 손들 모여, 비파 뜯고 피리도 부노라.〔呦呦鹿鳴 食野之苹 我有嘉賓 鼓瑟吹笙〕”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임금이 어진 신하들을 불러 잔치를 베풀면서 군신(君臣) 사이의 정을 노래한 것이다.
[주-D006] 계돈사(鷄豚社) : 온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계(契)를 닦는 것을 가리킨 말로, 한유(韓愈)의 시에 “같은 마을 사람들을 위하여, 계돈으로 봄 가을에 잔치하리라.〔願爲同社人 雞豚燕春秋〕”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昌黎集 卷7 南溪始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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