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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계집 외집 제8권 / 잡저(雜著) 균전의〔均田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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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4회 작성일 21-07-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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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계집 외집 제8권 / 잡저(雜著)


균전의〔均田議〕

아, 인정(仁政)은 반드시 경계(經界)로부터 시작된다. 땅을 다스리고 밭을 나누는 것은 참으로 좋은 정치를 이루는 좋은 방법이고 왕도(王道)의 큰 근본이다. 우리 백성들이 생육하는 근원과 염치를 아는 풍습이 모두 이로 통해서 생기고, 학교를 세워 교육시키며 어진 이를 등용하여 덕행을 거론하는 것도 그 일이니, 왕도정치의 급선무 가운데 이보다 더 큰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저 옛날 큰 계책을 지닌 사람은 천하를 천하 사람들의 공물(公物)로 여겨 자기가 굶주리고 물에 빠진 것처럼 여기고 받들어 주기에만 얽매이지 않았다. 하늘의 운행을 이용하고 땅의 성질을 분석하여 도랑과 길을 구획(區劃)하고 전리(田里)를 삼가 지켜 백 이랑의 밭에 10분의 1을 부과하는 세금을 대체적으로 상례(常例)로 여기고 각각 그 분수에 편안하여 강호(强豪)한 자들이 이익을 병탄하는 일이 없어 빈약한 자들이 생활이 풍족해지는 즐거움이 있으니, 이것이 나라가 넉넉하고 백성이 부유하며 풍속이 순박하고 아름다우며 폐단이 없이 법이 서서 천여 년 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 성왕(聖王)이 한 번 가자 선정(善政)이 따라서 사라졌습니다. 상앙(商鞅)이 진(秦)나라를 도와 옛것을 변화시켜 다시 새롭게 하고, 밭두둑을 이롭게 개간하고 도랑의 제도를 폐지했지만, 낡은 인습에 얽매인 후세가 끝내 회복하지 못해 남은 폐단이 날로 심하여 나라가 나라답지 못해 부자는 들판을 잇는 풍요로움이 있어 견마(犬馬)가 먹고도 숙속(菽粟)이 남아돌지만, 가난한 자는 송곳조차 꽂을 땅이 없어 조강(糟糠)도 입에 물지 못하였다. 교만한 자들은 사특한 데로 들어가고 궁색한 자들은 간사함에 빠지며, 폭군과 탐관오리는 도리어 이로움을 겸병(兼幷)하여 한없이 세금을 거두어들이고 많은 문호(門戶)를 쥐어뜯어서 제왕(帝王)의 선량한 법과 아름다운 본의로 하여금 도리에 백성들을 해치는 바탕을 삼게 했으니, 형명(刑名)이 끼친 화를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 뒤 한유(漢儒)가 명전(名田)을 제한하여 백성들의 힘을 조금이나마 펴고자 했으나 욕심이 많은 군주가 끝내 시행하지 못하자, 당 태종(唐太宗)이 마음을 가다듬어 다시 시행하여 강구책을 건의했으니, 그의 정성스런 마음이 아니었더라면 끝내 방치되고야 말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간사한 신망(新莾)과 포악한 수 문제(隋文帝) 같은 이가 그 이름을 가탁하여 다시 옛 제도를 회복하여 행할 것을 의논했지만 성공할 수 있었겠는가? 이는〈관저(關雎)〉의 뜻은 없으면서 주관(周官)의 법만 행하여 구실거리가 되었으니 어찌 하늘이 이 백성으로 하여금 지극한 덕이 있는 세상을 보게 하고자 하지 않았겠는가?

아, 경계(經界)가 바르지 않으면 빈부가 고르지 않고, 가르치고 기르는 법이 없으면 아무리 치도(治道)를 말하려 해도 모두 구차할 뿐이다. 그러므로 정전(井田)과 봉건(封建)을 하지 않고서는 삼대(三代)의 정치를 회복할 수 없다고 했다. 세상의 명철한 군주와 어진 재상이 이 세상에서 무언가 일을 해서 융성했던 옛날의 교화를 회복하려고 한다면 이를 버리고는 공물(公物)을 삼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의논하는 사람이, 부유한 사람의 밭을 빼앗는데 있어서 실행하기 곤란하여 괴로워하지만, 이 법이 행해지기만 하면 마음속으로 기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처하는데 방법이 있으니 몇 년을 기약한다면 어찌 행할 수 없겠는가?

아, 이미 말세가 되어 하늘이 혜택을 주지 않아 백성들은 궁핍하고 재물은 고갈되어 국운이 매우 위태롭지만 고쳐서 새롭게 하자고 의논하는 자가 없어 선치(善治)가 흥기하는 것을 보기 어렵다. 군민(君民)의 책임을 맡고 풍화의 권한을 잡은 사람이 이 점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옛날 송나라의 유자(儒者)인 장자(張子 장재)는 사람을 다스리는데 있어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반드시 경계를 바르게 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논했다. 밭 몇 이랑을 사서 유법(遺法)을 강구하여 교화와 풍속을 흥기시켜 이루며 재해와 환란을 구휼하는데 있어서 만약 나를 쓰는 사람이 있다면 힘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할 수 있다. 더구나 동토(東土)가 비록 편협(偏狹)되지만 일찍이 어진 교화가 있은 것은 교외의 구획(區畫)을 증거로 해서 알 수 있으니, 어찌 옛날과 지금이 사정이 달라 형편상 행할 수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산천(山川)의 풍기(風氣)와 험이(險夷)가 모양이 달라 만고(萬古)에 없는 성전(盛典)을 또한 갑자기 행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또한 먼저 민전(民田)을 제한하여 부족한 것을 넉넉하게 하여 존비의 등급을 분명하게 하고 다과의 제도를 정하며, 매매 금지를 엄격하게 하고 당연히 행해야 할 법규를 짐작하여 세월을 두고 마련하여 유구하게 기다린다면 인정을 거스르지 않고도 왕법이 저절로 행해져서 세력 있는 백성들이 능멸하는 걱정이 없고 병든 백성들은 겁에 질리는 피해를 면할 것이다.

군자가 다스리고 야인(野人)이 봉양하여 교화를 흥기하고 백성들을 넉넉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자리에서 책략을 정할 수 있으니 이것이 가장 옛날에 가까우면서도 그다음가는 것이고, 옛 제도를 순조롭게 회복하는 것도 그 계제이다.

아, 이익이 열배가 되지 않으면 그 옛것을 고치지 않지만 정사가 폐단이 심하면 반드시 그 변화를 고쳐야 한다. 모름지기 빙하(憑河)의 재주가 있어야 경세(經世)의 꾀를 마련할 수 있으니, 어찌 세속에 집착하고 선비를 구속하며 법을 무너뜨리는 집요한 무리들과 함께 의논할 수 있겠는가? 다스리기를 원하는 군주는 세상에 나오기 드물지만 시대를 아는 일은 준걸(俊傑)에게 달려 있으니,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있기를 깊이 바란다.

[주-D001] 상앙(商鞅)이 …… 폐지했지만 : 전국(戰國) 시대 위(衛)나라 사람으로, 진 효공(秦孝公)을 도와 법령을 고쳐 정전법(井田法)을 변경하고 천맥(阡陌)을 개간해서 전지로 만들었다.

[주-D002] 한유(漢儒)가 명전(名田)을 제한하여 : 명전(名田)은 개인의 이름으로 점유한 전지로서, 곧 백성이 소유한 전지(田地)이다. 동중서(董仲舒)는 무제(武帝)에게 “정전법(井田法)은 갑자기 시행하기 어렵겠지만, 조금이라도 옛 제도에 가깝게 백성들의 명전(名田)을 제한해야 한다.”라고 건의하였다. 《歷代通鑑輯覽 卷19》

[주-D003] 당 태종(唐太宗)이 …… 건의했으니 : 식구 수를 계산하여 분배해 주는 구분전법(口分田法)의 토지제도를 시행하였다.

[주-D004] 신망(新莾) : 서한(西漢) 말에 제위(帝位)를 찬탈하고 국호(國號)를 신(新)으로 바꾼 왕망(王莽)을 가리킨다.

[주-D005] 관저(關雎)의 뜻 : 주 문왕(周文王)과 후비(后妃)의 덕을 찬양한 시인데, 임금이 수신(修身)을 한 뒤에 먼저 문왕처럼 궁중 내부에서부터 시작해서 제가(齊家)ㆍ치국(治國)ㆍ평천하(平天下)의 도를 행해야만《주관(周官)》즉《주례(周禮)》에 나오는 여러 가지 제도를 행할 수 있는 자격이 있게 된다는 말이다.

[주-D006] 장자(張子)는 …… 논했다 : 여여숙(呂與叔)이지은 〈횡거선생행장(橫渠先生行狀)〉과《근사록(近思錄)》권9 〈제도(制度)22〉에 수록되어 있다.

[주-D007] 빙하(憑河)의 재주 : 용맹만 있고 꾀가 없는 것을 말한다. 《논어》 〈술이(述而)〉에 “맨손으로 범을 잡고, 도보로 하수를 건너다가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자를 나는 취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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