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 이 상공을 대신하여 어찰을 내려 포상을 주고 말을 타고 올라오라는 것에 사례하는 전문〔代聾巖李相公謝賜御札褒加乘馹上來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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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2회 작성일 21-07-28 14:44본문
금계집 외집 제7권 / 전(箋)
농암 이 상공을 대신하여 어찰을 내려 포상을 주고 말을 타고 올라오라는 것에 사례하는 전문〔代聾巖李相公謝賜御札褒加乘馹上來箋〕
아흔 나이로 등에 검버섯 생겼으니 거의 죽은 몸이 되었고, 서찰 한 통이 담긴 용장(龍章 임금의 글)으로 외람되게 분수에 넘치는 총애를 입었으니, 썩은 뼈에 다시 살이 나고 마른 버드나무에 다시 꽃이 피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초야의 미천함 몸과 쓸모없는 자질로 여러 조정의 왕들을 차례로 섬겼지만 작은 공적도 세우지 못하여 부끄럽고, 칠순에 치사(致仕)하니 감히 편안하게 물러나는 절개를 기약하겠습니까. 총명하신 군주로 멀리 버린 신하를 잘못 기억할 줄을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영화가 넘쳐 마침 외람되게 벼슬을 내리셨고, 물품이 많으니 자주 서적도 내려주는 은전을 입었습니다. 어찌 목숨이 다 죽어가는 남은 목숨이 다시 지나치게 두터운 은혜를 받을 줄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윤음(綸音)이 간곡하여 노성(老成)에 비겨 융숭했고, 친서(親書)로 포상하니 노쇠하여 걸맞지 않음을 헤아렸습니다. 게다가 안거(安車)로 올라오게 명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원대한 계책을 물었고, 원고(轅固)의 높은 나이를 고려하여 건숙(蹇叔)의 여력(膂力)을 허물로 삼았습니다. 성상을 그리는 신의 마음은 비록 하늘의 햇빛을 바라보듯 하고 싶지만 버들 같은 자질이 벌써 쇠했으니 어찌 영해(嶺海)의 먼 길을 갈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지려(智慮)가 더욱 혼몽하니 또 어찌 고문(顧問)을 감당하겠습니까. 명을 받고 달려가지 못하고 스스로를 반성하며 감격의 눈물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삼가 귀함으로 천한 사람에게 낮춤을 만나 노인을 공경하고 어진 이를 존경하여 선신(先臣)을 버리지 않으시고 멀리 추모하여 사랑하는 효성을 준행하여 수고(壽考 원로)를 빠트리지 않으시고 우러러 하늘의 이치를 상고하여 계책을 세우는 풍모를 법삼았습니다.
특별히 선조(先朝 중종을 가리킴)에 벼슬했음을 생각하여 오늘 지나치게 성은을 입었습니다. 신은 감히 성덕을 노래하고 여생을 잘 기르지 않겠습니까. 만수무강으로 성은을 칭송하며 축원하고, 한 끼 밥을 먹을 때도 잊지 않으며 어찰(御札)을 진중하게 여겨 스스로 영광으로 삼겠습니다.
[주-D001] 썩은 …… 피었습니다 : 늙은 신하가 군주의 은택을 입어서 생기를 얻음을 뜻한다. 《주역》 〈대과(大過)〉괘에 “구오는 마른 버드나무에 꽃이 피며 늙은 부인이 젊은 남편을 얻은 것이다.〔九五 枯楊生華 老婦得其士夫〕”라는 구절이 있다.
[주-D002] 서적도 내려주는 은전 : 농암은 1539년(중종35) 4월에《당음비사(棠陰比事)》1책을 하사받고, 1545년(명종1) 4월과 1553년(명종8) 4월에《황화집(皇華集)》1책과《성리군서(性理群書)》1부(部)를 하사받았다.
[주-D003] 안거(安車) : 수레는 서서 타는 것이 보통이나, 은퇴한 국가의 원로나 중망(重望)이 있는 인사를 징소(徵召)할 때에는 앉아서 타는 편한 수레를 내려서 예우하였다.
[주-D004] 원고(轅固)의 높은 나이 : 기서는 농암의 연세가 높음을 비유한다. 한 경제(漢景帝) 때 경학자(經學者)인 그는 청렴하고 강직함을 인정받아 경제의 아들인 청하왕(淸河王)의 태부(太傅)가 되었으나, 한참 지나 병으로 그만두었다. 무제(武帝)가 즉위하여 원고를 다시 현량(賢良)으로 초치하였는데, 원고는 당시 이미 아흔이 넘었다. 그를 미워하던 선비들이 그가 늙은 것을 이유로 비방을 하자 무제는 그를 그냥 돌려보내고 말았다. 《史記 卷121 儒林列傳》
[주-D005] 건숙(蹇叔)의 …… 삼았습니다 : 진 목공(秦穆公)이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의 간언(諫言)을 듣지 않고 정(鄭)나라를 침범했다가 진(晉)나라 군사에게 참패를 당하고 장수 세 사람이 포로로 잡히기까지 하였는데, 그 뒤에 이것을 후회하며 군사들 앞에서 맹세를 한 진서(秦誓)의 글이《서경》에 전한다. 그중에 “그렇긴 해도 앞으로는 이 백발의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할 것이니, 그렇게 하면 잘못된 일이 없게 될 것이다.〔尙猷詢茲黃髮 則罔所愆〕”라는 내용이 있다. 《史記 卷5 秦本紀》
[주-D006] 귀함으로 …… 낮춤 : 존귀한 군주로써 미천한 신하에게 자신을 낮추고 예우함을 뜻한다. 《주역》 〈둔괘(屯卦)〉소상(小象)에 “귀한 신분으로서 천한 사람에게 몸을 낮추니 크게 민심을 얻는다.〔以貴下賤 大得民也〕”라고 하였다.
[주-D007] 하늘의 …… 풍모 : 주 성왕(周成王)에게 소공(召公)이 “노성한 사람들을 버리지 마소서. 그들이 우리 옛사람의 덕을 상고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버려서는 안 될 텐데, 더구나 하늘의 이치를 상고하여 계책을 세울 수 있는 사람들인데야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無遺壽耈 曰其稽我古人之德 矧曰其有能稽謀自天〕”라고 권고한 내용이《서경》 〈소고(召誥)〉에 나온다.
[주-D008] 한 …… 않으며 : 이는 당송(唐宋) 시대에 두보(杜甫)의 충군애국(忠君愛國)의 충정에 대한 찬사로 전해 오는 말이다. 송나라의 문인 나벽(羅璧)의 〈지유(識遺)〉에 “두보의 시는 밥 한 끼 먹을 때에도 임금을 잊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시를 시사라 칭한 것이다.〔杜詩一飯不忘君 所以詩稱史〕”라고 하였다. 또 소식(蘇軾)은 말하기를 “고금에 시인이 많지만, 오직 두자미를 으뜸으로 일컬으니, 이것이 어찌 그가 굶주리고 추위에 떨며 정처 없이 유랑하면서도 밥 한 끼 먹을 때에 임금을 잊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古今詩人多矣 而惟稱杜子美爲首 豈非以其饑寒流落而一飯未嘗忘君也歟〕”라고 하였다.
농암 이 상공을 대신하여 어찰을 내려 포상을 주고 말을 타고 올라오라는 것에 사례하는 전문〔代聾巖李相公謝賜御札褒加乘馹上來箋〕
아흔 나이로 등에 검버섯 생겼으니 거의 죽은 몸이 되었고, 서찰 한 통이 담긴 용장(龍章 임금의 글)으로 외람되게 분수에 넘치는 총애를 입었으니, 썩은 뼈에 다시 살이 나고 마른 버드나무에 다시 꽃이 피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초야의 미천함 몸과 쓸모없는 자질로 여러 조정의 왕들을 차례로 섬겼지만 작은 공적도 세우지 못하여 부끄럽고, 칠순에 치사(致仕)하니 감히 편안하게 물러나는 절개를 기약하겠습니까. 총명하신 군주로 멀리 버린 신하를 잘못 기억할 줄을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영화가 넘쳐 마침 외람되게 벼슬을 내리셨고, 물품이 많으니 자주 서적도 내려주는 은전을 입었습니다. 어찌 목숨이 다 죽어가는 남은 목숨이 다시 지나치게 두터운 은혜를 받을 줄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윤음(綸音)이 간곡하여 노성(老成)에 비겨 융숭했고, 친서(親書)로 포상하니 노쇠하여 걸맞지 않음을 헤아렸습니다. 게다가 안거(安車)로 올라오게 명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원대한 계책을 물었고, 원고(轅固)의 높은 나이를 고려하여 건숙(蹇叔)의 여력(膂力)을 허물로 삼았습니다. 성상을 그리는 신의 마음은 비록 하늘의 햇빛을 바라보듯 하고 싶지만 버들 같은 자질이 벌써 쇠했으니 어찌 영해(嶺海)의 먼 길을 갈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지려(智慮)가 더욱 혼몽하니 또 어찌 고문(顧問)을 감당하겠습니까. 명을 받고 달려가지 못하고 스스로를 반성하며 감격의 눈물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삼가 귀함으로 천한 사람에게 낮춤을 만나 노인을 공경하고 어진 이를 존경하여 선신(先臣)을 버리지 않으시고 멀리 추모하여 사랑하는 효성을 준행하여 수고(壽考 원로)를 빠트리지 않으시고 우러러 하늘의 이치를 상고하여 계책을 세우는 풍모를 법삼았습니다.
특별히 선조(先朝 중종을 가리킴)에 벼슬했음을 생각하여 오늘 지나치게 성은을 입었습니다. 신은 감히 성덕을 노래하고 여생을 잘 기르지 않겠습니까. 만수무강으로 성은을 칭송하며 축원하고, 한 끼 밥을 먹을 때도 잊지 않으며 어찰(御札)을 진중하게 여겨 스스로 영광으로 삼겠습니다.
[주-D001] 썩은 …… 피었습니다 : 늙은 신하가 군주의 은택을 입어서 생기를 얻음을 뜻한다. 《주역》 〈대과(大過)〉괘에 “구오는 마른 버드나무에 꽃이 피며 늙은 부인이 젊은 남편을 얻은 것이다.〔九五 枯楊生華 老婦得其士夫〕”라는 구절이 있다.
[주-D002] 서적도 내려주는 은전 : 농암은 1539년(중종35) 4월에《당음비사(棠陰比事)》1책을 하사받고, 1545년(명종1) 4월과 1553년(명종8) 4월에《황화집(皇華集)》1책과《성리군서(性理群書)》1부(部)를 하사받았다.
[주-D003] 안거(安車) : 수레는 서서 타는 것이 보통이나, 은퇴한 국가의 원로나 중망(重望)이 있는 인사를 징소(徵召)할 때에는 앉아서 타는 편한 수레를 내려서 예우하였다.
[주-D004] 원고(轅固)의 높은 나이 : 기서는 농암의 연세가 높음을 비유한다. 한 경제(漢景帝) 때 경학자(經學者)인 그는 청렴하고 강직함을 인정받아 경제의 아들인 청하왕(淸河王)의 태부(太傅)가 되었으나, 한참 지나 병으로 그만두었다. 무제(武帝)가 즉위하여 원고를 다시 현량(賢良)으로 초치하였는데, 원고는 당시 이미 아흔이 넘었다. 그를 미워하던 선비들이 그가 늙은 것을 이유로 비방을 하자 무제는 그를 그냥 돌려보내고 말았다. 《史記 卷121 儒林列傳》
[주-D005] 건숙(蹇叔)의 …… 삼았습니다 : 진 목공(秦穆公)이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의 간언(諫言)을 듣지 않고 정(鄭)나라를 침범했다가 진(晉)나라 군사에게 참패를 당하고 장수 세 사람이 포로로 잡히기까지 하였는데, 그 뒤에 이것을 후회하며 군사들 앞에서 맹세를 한 진서(秦誓)의 글이《서경》에 전한다. 그중에 “그렇긴 해도 앞으로는 이 백발의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할 것이니, 그렇게 하면 잘못된 일이 없게 될 것이다.〔尙猷詢茲黃髮 則罔所愆〕”라는 내용이 있다. 《史記 卷5 秦本紀》
[주-D006] 귀함으로 …… 낮춤 : 존귀한 군주로써 미천한 신하에게 자신을 낮추고 예우함을 뜻한다. 《주역》 〈둔괘(屯卦)〉소상(小象)에 “귀한 신분으로서 천한 사람에게 몸을 낮추니 크게 민심을 얻는다.〔以貴下賤 大得民也〕”라고 하였다.
[주-D007] 하늘의 …… 풍모 : 주 성왕(周成王)에게 소공(召公)이 “노성한 사람들을 버리지 마소서. 그들이 우리 옛사람의 덕을 상고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버려서는 안 될 텐데, 더구나 하늘의 이치를 상고하여 계책을 세울 수 있는 사람들인데야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無遺壽耈 曰其稽我古人之德 矧曰其有能稽謀自天〕”라고 권고한 내용이《서경》 〈소고(召誥)〉에 나온다.
[주-D008] 한 …… 않으며 : 이는 당송(唐宋) 시대에 두보(杜甫)의 충군애국(忠君愛國)의 충정에 대한 찬사로 전해 오는 말이다. 송나라의 문인 나벽(羅璧)의 〈지유(識遺)〉에 “두보의 시는 밥 한 끼 먹을 때에도 임금을 잊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시를 시사라 칭한 것이다.〔杜詩一飯不忘君 所以詩稱史〕”라고 하였다. 또 소식(蘇軾)은 말하기를 “고금에 시인이 많지만, 오직 두자미를 으뜸으로 일컬으니, 이것이 어찌 그가 굶주리고 추위에 떨며 정처 없이 유랑하면서도 밥 한 끼 먹을 때에 임금을 잊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古今詩人多矣 而惟稱杜子美爲首 豈非以其饑寒流落而一飯未嘗忘君也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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