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몽오에게 답한 편지〔答南夢鼇書〕 > 금계외집 7권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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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몽오에게 답한 편지〔答南夢鼇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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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4회 작성일 21-07-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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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몽오에게 답한 편지〔答南夢鼇書〕

서찰을 받고 펼쳐 보니 뜻은 예스럽고 문장은 기이하여 사문(斯文)에 사람이 있음을 깊이 기뻐하였습니다. 나이가 젊고 기력이 왕성하여 먼 길에 달려간다면 그 진보함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책 상자를 짊어지고 험한 길을 넘어 쓸쓸한 집에서 힘들여 공부하니, 글 읽는 소리가 마치 금석(金石)에서 나오는 듯한데, 이미 학문에 뜻을 둠이 돈독함을 알겠으나 소경에게 길을 찾으니, 사양하지 못하여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 스스로 이마에 땀이 나지만, 시속에 응하는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때로 장부 먼지에 섞여 맑은 가르침을 더럽힐까 두려워했는데, 성심과 진실을 드러내어 은근함이 이와 같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돌아보건대, 텅 빈 사람이 무슨 얼굴로 감당하겠습니까. 더구나 과거에 급제하려고 성률(聲律)의 문장을 익히고, 성인이 되고 도에 나아가는 공부를 바라니, 다만 저만 해득하지 못함이 아니라, 갈래가 져서 둘로 나뉘어 마침내 한단의 걸음〔邯鄲之步〕도 잃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옛날 도에 뜻을 둔 사람분변을 삼가여 이 일대사(一大事)를 마쳐 아래로는 인간의 사리를 배우고 위로는 하늘의 도리를 통했습니다. 오늘날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이것을 버리고 저것을 취하다가 형세가 제대로 되지 않음이 있으면 여기에 종사(從事)했으니 또한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옛날 유정부(游定夫)가 어머니의 가르침을 듣고 정자(程子)의 문하에서 학업을 마쳤으며, 채서산(蔡西山)은 과거 공부를 그만두고 도를 배움에 마음을 전일(專一)하게 했으니, 대개 이(理)와 욕(欲)은 양립(兩立)할 수 없고 물고기와 웅장〔魚熊〕은 겸할 수 없으니, 이관(利關)을 뚫어내어야 형이상(形而上)을 말할 수 있습니다.

성현(聖賢)께서 사람을 가르치는 방법을 가만히 살펴보면 마음을 세움〔立心〕은 장경(莊敬)을 위주로 하고, 덕에 들어감〔入德〕은 격물치지를 우선으로 삼았습니다. 순식간에도 존양(存養)하고 밤낮으로 힘쓰고 두려워하며 정일(靜一)에 보존하고 오래도록 지켰습니다. 사서(史書)를 읽으면 완물상지(玩物喪志)가 되고 문장에 힘을 쏟으면 허황하여 광대와 같아집니다.

힘써 욕망을 다하고 이치를 밝혀 정조(精粗)를 남겨 두지 않아 전체(全體)와 대용(大用)이 일상생활에 충만하면 진실로 중간에 그만두고 아침저녁으로 효과를 요구하지 못할 것이니, 그만두려 해도 그만 두지 못할 때를 당하여 비록 밖으로 달리고 싶어 스스로 겨를을 내지 못함이 있으리니, 어찌 구구하게 두 가지 가능성을 잡은 사람이 쉽게 분변할 바이겠습니까. 만일 다만 말만 하고 실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자신을 속이는 데에 가깝고, 본지(本地)를 닦지 않고 신속히 차서를 뛰어넘으려고 한다면 조장(助長)을 면하지 못하여 힘만 허비하고 공은 없으니 또한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과거(科擧)의 일에 이르러서는 선현들도 면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학업을 닦고 천명을 편안히 여기면서 시속이 좋아함을 따르지 않는다면 또한 선(善)하지 않습니까. 시서(詩書)와 육예(六藝)를 담은 문장은 곧 그 문채가 드러난 것입니다. 만일 그 문장을 잘 읽고 그 이치를 궁구하여 의리의 실상으로 하여금 내 마음 가운데 융회(融會)하게 한다면, 발휘하여 문장을 지어 경위(經緯 법도)와 보불(黼黻 격조 높은 문사)이 될 것이니 어찌 정식(程式)에 합치되지 않음을 근심하겠습니까. 만일 혹 작은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벼슬 구하기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면 우선 학문이 쌓이고 공력이 깊어지기를 기다려 도가 밝아지고 덕이 확립된 뒤에 좋은 대우를 기다려 폐백으로 초빙하면 응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숨어 살며 뜻을 구하거나 몸을 일으켜 벼슬에 나아가 천하 사람을 다 착하게 하여 천지가 백성을 길러 살게 한 뜻에 보답함은, 바로 천민(天民)이 현달하여 행할 수 있는 것이고 희구하며 명리를 취하는 사람이 경계를 엿볼 바가 아니니, 어찌 훌륭하지 않습니까.

지금 급박하고 세쇄한 마음으로 양단(兩端)을 견지하여 모리(謀利)할 생각을 겸하면 한결같은 마음이 벌써 먼저 배치되니, 이는 실을 풀면서 어지럽히는 것과 같으니, 방촌(方寸)의 다툼에서 과연 누가 이기고 누가 지겠습니까. 비록 어두운 밤길을 달리는 고깃덩이보다는 낫지만 도를 들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군자가 학문을 함은 관(棺)을 덮어야 완료되니, 예(羿)의 과녁과 윤편(輪扁)의 착륜(斲輪)은 지극히 묘하여 전하기 곤란합니다. 성인(聖人)을 배우고 현인(賢人)을 바라는 공부는 나의 재능을 다하고 나의 마음을 다함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만물이 나에게 갖추어져 있어 남은 스승이 있으니, 어찌 이를 도외시하고 다른 곳에서 구하겠습니까. 만일 도를 지닌 사람에게 나아가 바로잡는다면 다만 그 의심을 분변하여 하나로 돌아갈 뿐만 아니니, 훈고(訓詁)를 익히고 고지(古紙)를 뚫어 명성(名聲)과 이욕(利慾)에 끌려 벼슬에 나가는 계책을 매개(媒介)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가 50을 지나도 세상에 이름난 사람이 없는 것은 이록(利祿)의 버릇이 치성(熾盛)하여 연원(淵源)의 조짐이 마르기 때문이니, 분연(奮然)히 일어나서 스스로 떠맡으려는 그런 사람이 과연 없습니까.

순(舜) 임금을 법 삼고 안연(顔淵)을 바라는 것은 유위자(有爲者) 또한 순 임금같이 될 것이다 했으니, 어찌 고원(高遠)함을 근심하겠습니까. 근심할 것은 작은 이익을 엿보아 중도에서 한계를 그음이니, 원대한 뜻을 품고 부지런히 학업을 넓힘은 여러 좌하(座下)들이 힘써야 할 것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은 젊어서 장구(章句)를 일삼아 거의 헛되게 일생을 보내고 머리를 돌이키니 벌써 늦었습니다. 또 마음을 다하여 나아가 큰 것을 받기를 기약했지만, 도리어 작은 녹봉에 허리를 굽혀 벼슬에 얽매여 있었으니 그 나머지는 볼 것이 못됩니다. 벌써 군자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족하께서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유익함을 기쁘게 입었으니, 간절히 예전의 비루함을 씻고 새로 터득한 것으로 의리의 동이(同異)를 분석하고 인물의 현부(賢否)를 상론(尙論)하면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실천하는 실상이 없으니 어찌 참으로 알겠으며, 스스로 다스림도 넉넉하지 못하니 어떻게 남에게 미치겠습니까? 하물며 스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대도(大道)를 들으려고 한다면 산림에 살며 조화를 관찰하는 그러한 사람이 있고, 시문(時文)을 익히려고 한다면 문장을 짓고 아름답게 꾸미는 솜씨가 있으니, 모두 졸렬한 이 사람이 감당할 바가 아닙니다. 다만 족하(足下)께서 즐겨 취해주시는 정의(情誼)에 감격하여 묵묵히 있지 못하고 망녕되이 운운(云云)함이 있었습니다. 선(善)과 악(惡)이 모두 나의 스승이니 한 번 웃으시기 바랍니다.

[주-D001] 남몽오(南夢鰲) : 1528~1591. 본관은 영양(英陽), 자는 경상(景祥), 호는 삼송(三松) 또는 삼송당(三松堂)이다. 경전을 널리 읽고 의리를 탐색하여 여러 번 향시(鄕試)에 장원하여 명성이 자자했다. 퇴계 이황의 문하에서 조목(趙穆)ㆍ김성일(金誠一) 등과 교류하였다.

[주-D002] 한단의 걸음〔邯鄲之步〕 : 자기 본분을 잊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면 두 가지 다 잃는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중국 한단은 걸음을 잘 걷기로 유명하였다. 어느 사람이 한단으로 걸음을 배우러 갔었는데, 배우지도 못하고 한단까지 가느라고 발병이 나서 예전의 걸음조차 잊어버렸다는 우화가 있다.

[주-D003] 유정부(游定夫) : 유작(游酢, 1053~1123)으로, 정부는 그의 자이다. 지부구현(知扶溝縣)이었던 정호(程顥)의 부름을 받아 학사(學事)를 맡고 그때부터 정호 형제를 사사하게 되었다. 사양좌(謝良佐), 양시(楊時), 여대림(呂大臨)과 함께 ‘정문 사선생(程門四先生)’으로 일컬어졌다. 저서에《유치산집(游廌山集)》이 있다.

[주-D004] 채서산(蔡西山) : 채원정(蔡元定)으로, 서산은 그의 호이다.

[주-D005] 이관(利關)을 뚫어내어야 : 송나라 사양좌(謝良佐)가 주장한 말인데, 그는 “명리관(名利關)을 꿰뚫어야 학문을 말할 수 있다.”라고 하고, 또 “지금의 사대부(士大夫)는 말만 잘하는 앵무새와 같다.”라고 하였다.

[주-D006] 형이상(形而上)을 …… 있습니다 : 중등(中等) 수준 이상의 인간은 될 수 있으리라는 말이다. 《논어》 〈옹야(雍也)〉에 “중등 수준 이상의 사람에게는 높은 차원의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으나, 그 이하의 사람에게는 이를 말해 줄 수가 없다.〔中人以上 可以語上也 中人以下 不可以語上也〕”라는 공자의 말이 있다.

[주-D007] 관(棺)을 덮어야 완료되니 : 관(棺) 뚜껑을 덮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말한다. 진(晉)나라 유의(劉毅)의 말에 “장부의 종적은 군소배들과 한데 섞일 수 없는 것이니, 관 뚜껑이 덮인 다음에야 일생 사업의 시비가 정해진다.〔丈夫蹤跡 不可尋常混群小中 蓋棺事方定矣〕”라고 하였다. 《錦繡萬化谷 卷26》

[주-D008] 예(羿)의 과녁 : 예는 하(夏)나라 때 활을 잘 쏘던 유궁후예(有窮后羿)로 당시의 권력자를 비유한 것이고, 구중은 화살이 미치는 범위 안이라는 말로 사람을 농락하는 술중(術中)이란 뜻이다. 맹자가 말하기를 “예(羿)가 사람에게 활쏘는 것을 가르칠 적에 반드시 구(彀)에 뜻을 두니, 배우는 자도 또한 반드시 구에 뜻을 둔다.”라고 하였다. 《孟子 告子上》구(彀)라는 것은 활을 당겨서 정곡(正鵠)을 겨누는 것을 이름이니, 쏘는 법에 그 시도(矢道)를 바르게 함을 소위 구율(彀率)이라고 한다.

[주-D009] 윤편(輪扁)의 착륜(斲輪) : 수레바퀴를 만드는 장인이 나무를 깎아 바퀴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제 환공(齊桓公)이 당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당하에서 수레바퀴를 깎던 윤편이 “임금께서 읽고 있는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입니다.”라고 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 말하기를 “수레를 만들 때 너무 깎으면 헐거워서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해서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 깎지도 덜 깎지도 않는 일은 손짐작으로 터득하여 마음으로 수긍할 뿐이지 입으로 말할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비결이 있습니다만, 제가 제 자식에게 깨우쳐 줄 수도 없고 자식 역시 제게서 물려받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나이에도 늙도록 수레바퀴를 깎고 있는 것입니다. 옛사람도 그 전해 줄 수 없는 것과 함께 죽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전하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들의 찌꺼기일 뿐입니다.”라고 하였다. 《莊子 天道》

[주-D010] 남은 스승이 있으니 : 전국 시대 조(曹)나라 임금의 아우인 조교(曹交)가 맹자(孟子)에게 수업(受業)하기를 청했을 때, 맹자가 이르기를 “대저 도란 큰길처럼 환한 것이니 어찌 알기가 어렵겠는가. 사람이 도를 찾지 않는 것이 병통이니, 자네가 조나라로 돌아가서 이 도를 찾기만 한다면 배울 곳이 많으리라.〔歸求有餘師〕”라고 하였다. 《孟子 告子下》

[주-D011] 고지(古紙)를 뚫어 : 종이 뚫는 파리〔攢紙蠅〕라는 것은 사방이 꽉 막혀서 꼼짝할 수 없는 처지를 비유한 말이다.

[주-D012] 순(舜) 임금을 …… 것이다 : 안연(顔淵)이 말하기를 “순 임금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순 임금이 되려고 노력하는 자는 또한 순 임금같이 될 것이다.〔舜何人也 予何人也 有爲者亦若是〕”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滕文公上》

[주-D013] 작은 …… 있었으니 : 진(晉)나라 도연명(陶淵明)이 팽택 현령(彭澤縣令)으로 있다가 오두미(五斗米) 때문에 허리를 굽힐〔折腰〕 수는 없다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고사가 있다. 《晉書 卷94 隱逸列傳 陶潛》

[주-D014] 인물의 현부(賢否)를 상론(尙論)하면 : 《맹자》 〈만장 하(萬章下)〉의 “한 고을의 훌륭한 선비일 경우에는 한 고을의 훌륭한 선비를 벗으로 사귀고, 한 나라의 훌륭한 선비일 경우에는 한 나라의 훌륭한 선비를 벗으로 사귀고, 천하의 훌륭한 선비일 경우에는 천하의 훌륭한 선비를 벗으로 사귀고, 천하의 훌륭한 선비를 벗으로 사귀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에는 또 옛사람을 숭상하여 논한다.〔一鄕之善士 斯友一鄕之善士 一國之善士 斯友一國之善士 天下之善士 斯友天下之善士 以友天下之善士爲未足 又尙論古之人〕”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주-D015] 즐겨 취해주시는 : 선을 좋아함을 말한다.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이르기를 “순 임금은 다른 사람에게서 취하여 선을 행함을 좋아하였다.〔舜樂取於人以爲善〕”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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