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그림 여덟 첩에 우연히 쓰다〔屛畫八帖偶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83회 작성일 21-07-28 00:25본문
금계집 외집 제4권 / 시(詩)
병풍 그림 여덟 첩에 우연히 쓰다〔屛畫八帖偶題〕
옥 이슬 옛 먹과 가볍게 어우러져 향기로우니 / 玉露輕和古墨香
두보가 시에서 꺼렸던들 또 무슨 상관이랴 / 杜陵詩諱亦何妨
술 마신 티가 반쯤 나는 양귀비가 자는 듯하니 / 酒痕半著楊妃睡
인간세상의 부귀 치장과는 아주 다르네 / 殊異人間富貴粧
위는 해당화이다.
빈 골짝에서 그윽한 자태로 옥 이슬이 방울져 / 空谷幽姿玉露漙
맑은 향기 맡으려니 가지 당기지 못해 슬프네 / 淸香欲嗅悵難攀
누런 구름 드리운 저물녘에 산바람이 이니 / 黃雲薄暮山風起
향기 불어 인간 세상에 떨어뜨릴까 두렵네 / 猶怕吹香落世間
위는 난초이다.
창을 두른 푸른 구름 빽빽하여 열리지 않나니 / 繞槊蒼雲密不開
누가 버릇처럼 바위 모퉁이에 심어놓은 것일까 / 何人成癖卜巖隈
해 저무는 때 알아주는 이 없다 불평하지 말게 / 休嫌歲晩無知己
순 임금의 피리 되기도 전에 봉황 이미 왔으니 / 未作虞簫鳳已來
위는 대나무이다.
어쩌면 풍격이 포선의 기골과 같을까 / 何卽風格逋仙骨
대숲 너머 가지에 성긴 그림자 의연하네 / 疏影依然竹外枝
도리는 봄을 믿고 배꽃은 비를 머금었는데 / 桃李倚春梨帶雨
추위 견딘 외로운 꽃 마음으로 감상할 이 누굴까 / 耐寒孤豔賞心誰
위는 매화이다.
지는 햇살에 기러기 비껴나는 만 리 먼 가을 / 橫篆斜陽萬里秋
몇 마디 울음소리가 저물녘 강 머리를 차지했네 / 數聲占斷暮江頭
인간 세상에도 한가한 전지가 있어 / 人間亦有閒田地
가을 물과 갈대꽃이 한 구역 별천지를 열었네 / 秋水蘆花別一區
위는 갈대밭의 기러기이다.
안개 숲에 서리 떨어지고 가을 물 많은데 / 霜落煙林秋水多
강 가득한 비바람이 갈대숲에 어지럽구나 / 一江風雨亂蒹葭
고기잡이 노인도 아직 기심 잊지 못해 / 漁翁亦未忘機者
종일 낚싯대 드리우고 도롱이 벗지 못하네 / 盡日垂竿不脫簑
위는 고기잡는 노인이다.
안개 가르는 외로운 연기 저녁 숲에 일고 / 斷靄孤煙起晩林
푸른 산과 푸른 물은 절로 높고 깊구나 / 蒼山綠水自高深
그림이라고 진짜 색 아니라 말하지 말게 / 休言圖畫非眞色
단청만 보인다면 흥 견딜 수 없을 테니 / 只見丹靑興不禁
위는 산수(山水)이다.
구름 밖에 높이 날아 풍진 세상을 떠났건만 / 昂昂雲外離風塵
그물로 잘못 떨어져 도리어 사람을 의지하네 / 誤落虞羅反附人
해 저물자 요망한 여우들 다투어 물을 건너고 / 日暮妖狐爭渡水
노란 발톱으로 바꾸어도 정신 깃들지 않은 게 한스럽네 / 幻形金爪恨無神
위는 매〔鷹〕이다.
[주-D001] 두보가 …… 꺼렸던들 : 원문의 ‘두릉(杜陵)’은 두보(杜甫)의 호이다. 그는 1500여 수에 달하는 시를 남겼지만 해당(海棠)을 읊은 시는 단 한 구도 없다.
[주-D002] 창을 …… 구름 : 창은 대나무 대궁을, 푸른 구름은 대나무 잎을 시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주-D003] 순(舜) …… 왔으니 : 원문의 ‘우소(虞簫)’는 순 임금의 음악인 소소(韶簫)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소의 본래적 의미를 살려 피리로 번역하였다. 《서경》 〈익직(益稷)〉에 “소소를 아홉 번 연주하니 봉황이 와서 춤을 추었다.〔韶簫九成 鳳凰來儀〕”라고 하였다. 시의 내용으로 보아 대나무 옆에 봉황이 그려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D004] 포선(逋仙) : 송(宋)의 은일(隱逸) 임포(林逋)를 가리킨다. 그는 벼슬을 하지 않고 은둔하였으며, 뒤에는 항주(杭州)에 돌아와 서호(西湖)의 고산(孤山)에 집을 짓고 사니, 사람들은 고산처사(孤山處士)라 호했는데, 이곳에는 특히 매화가 많았으며 산수가 아름다웠다. 《宋史 卷457 林逋列傳》
[주-D005] 기심(機心) : 사적인 목적을 위하여 불순한 마음을 품는 것을 말한다. 즉 이익을 위하여 교묘하게 꾀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바닷가에서 아무런 기심(機心)도 없이 갈매기와 벗하며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부친의 부탁을 받고 갈매기를 잡으려는 마음을 갖게 되자 갈매기들이 벌써 알아채고 그 사람 가까이 날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列子 黃帝》
[주-D006] 노란 …… 한스럽네 : 시구의 내용으로 보아 이 그림에는 여러 마리의 매가 그려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을 건너는 여우를 노리는 매의 발톱이 두드러지고는 있지만 매의 눈매에서 야성(野性)의 정신이 느껴지지 않음을 아쉬워한 것이다. 원문의 ‘금과(金瓜)’는 금조(金爪)의 잘못이다.
병풍 그림 여덟 첩에 우연히 쓰다〔屛畫八帖偶題〕
옥 이슬 옛 먹과 가볍게 어우러져 향기로우니 / 玉露輕和古墨香
두보가 시에서 꺼렸던들 또 무슨 상관이랴 / 杜陵詩諱亦何妨
술 마신 티가 반쯤 나는 양귀비가 자는 듯하니 / 酒痕半著楊妃睡
인간세상의 부귀 치장과는 아주 다르네 / 殊異人間富貴粧
위는 해당화이다.
빈 골짝에서 그윽한 자태로 옥 이슬이 방울져 / 空谷幽姿玉露漙
맑은 향기 맡으려니 가지 당기지 못해 슬프네 / 淸香欲嗅悵難攀
누런 구름 드리운 저물녘에 산바람이 이니 / 黃雲薄暮山風起
향기 불어 인간 세상에 떨어뜨릴까 두렵네 / 猶怕吹香落世間
위는 난초이다.
창을 두른 푸른 구름 빽빽하여 열리지 않나니 / 繞槊蒼雲密不開
누가 버릇처럼 바위 모퉁이에 심어놓은 것일까 / 何人成癖卜巖隈
해 저무는 때 알아주는 이 없다 불평하지 말게 / 休嫌歲晩無知己
순 임금의 피리 되기도 전에 봉황 이미 왔으니 / 未作虞簫鳳已來
위는 대나무이다.
어쩌면 풍격이 포선의 기골과 같을까 / 何卽風格逋仙骨
대숲 너머 가지에 성긴 그림자 의연하네 / 疏影依然竹外枝
도리는 봄을 믿고 배꽃은 비를 머금었는데 / 桃李倚春梨帶雨
추위 견딘 외로운 꽃 마음으로 감상할 이 누굴까 / 耐寒孤豔賞心誰
위는 매화이다.
지는 햇살에 기러기 비껴나는 만 리 먼 가을 / 橫篆斜陽萬里秋
몇 마디 울음소리가 저물녘 강 머리를 차지했네 / 數聲占斷暮江頭
인간 세상에도 한가한 전지가 있어 / 人間亦有閒田地
가을 물과 갈대꽃이 한 구역 별천지를 열었네 / 秋水蘆花別一區
위는 갈대밭의 기러기이다.
안개 숲에 서리 떨어지고 가을 물 많은데 / 霜落煙林秋水多
강 가득한 비바람이 갈대숲에 어지럽구나 / 一江風雨亂蒹葭
고기잡이 노인도 아직 기심 잊지 못해 / 漁翁亦未忘機者
종일 낚싯대 드리우고 도롱이 벗지 못하네 / 盡日垂竿不脫簑
위는 고기잡는 노인이다.
안개 가르는 외로운 연기 저녁 숲에 일고 / 斷靄孤煙起晩林
푸른 산과 푸른 물은 절로 높고 깊구나 / 蒼山綠水自高深
그림이라고 진짜 색 아니라 말하지 말게 / 休言圖畫非眞色
단청만 보인다면 흥 견딜 수 없을 테니 / 只見丹靑興不禁
위는 산수(山水)이다.
구름 밖에 높이 날아 풍진 세상을 떠났건만 / 昂昂雲外離風塵
그물로 잘못 떨어져 도리어 사람을 의지하네 / 誤落虞羅反附人
해 저물자 요망한 여우들 다투어 물을 건너고 / 日暮妖狐爭渡水
노란 발톱으로 바꾸어도 정신 깃들지 않은 게 한스럽네 / 幻形金爪恨無神
위는 매〔鷹〕이다.
[주-D001] 두보가 …… 꺼렸던들 : 원문의 ‘두릉(杜陵)’은 두보(杜甫)의 호이다. 그는 1500여 수에 달하는 시를 남겼지만 해당(海棠)을 읊은 시는 단 한 구도 없다.
[주-D002] 창을 …… 구름 : 창은 대나무 대궁을, 푸른 구름은 대나무 잎을 시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주-D003] 순(舜) …… 왔으니 : 원문의 ‘우소(虞簫)’는 순 임금의 음악인 소소(韶簫)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소의 본래적 의미를 살려 피리로 번역하였다. 《서경》 〈익직(益稷)〉에 “소소를 아홉 번 연주하니 봉황이 와서 춤을 추었다.〔韶簫九成 鳳凰來儀〕”라고 하였다. 시의 내용으로 보아 대나무 옆에 봉황이 그려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D004] 포선(逋仙) : 송(宋)의 은일(隱逸) 임포(林逋)를 가리킨다. 그는 벼슬을 하지 않고 은둔하였으며, 뒤에는 항주(杭州)에 돌아와 서호(西湖)의 고산(孤山)에 집을 짓고 사니, 사람들은 고산처사(孤山處士)라 호했는데, 이곳에는 특히 매화가 많았으며 산수가 아름다웠다. 《宋史 卷457 林逋列傳》
[주-D005] 기심(機心) : 사적인 목적을 위하여 불순한 마음을 품는 것을 말한다. 즉 이익을 위하여 교묘하게 꾀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바닷가에서 아무런 기심(機心)도 없이 갈매기와 벗하며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부친의 부탁을 받고 갈매기를 잡으려는 마음을 갖게 되자 갈매기들이 벌써 알아채고 그 사람 가까이 날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列子 黃帝》
[주-D006] 노란 …… 한스럽네 : 시구의 내용으로 보아 이 그림에는 여러 마리의 매가 그려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을 건너는 여우를 노리는 매의 발톱이 두드러지고는 있지만 매의 눈매에서 야성(野性)의 정신이 느껴지지 않음을 아쉬워한 것이다. 원문의 ‘금과(金瓜)’는 금조(金爪)의 잘못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