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헌 시에 차운하다 4수 〔次百花軒 四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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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31회 작성일 21-07-28 00:19본문
금계집 외집 제4권 / 시(詩)
백화헌 시에 차운하다 4수 〔次百花軒 四首〕
온갖 꽃 나부껴 떨어지자 향기가 흩어지는데 / 百花飄盡散香塵
송죽은 추녀에 닿아 푸르름이 하늘에 비치네 / 松竹當軒翠映旻
바람과 안개의 부림을 받아 시흥이 일어나고 / 驅使風煙詩興動
아름다운 경치 사라지자 귀밑털이 새로워지네 / 消磨光景鬢毛新
누가 일을 마쳤다고 어리석은 사람을 기롱하는가 / 誰將了事譏癡漢
분우에 효과 없어 신하는 부끄러울 뿐인데 / 未效分憂愧使臣
홀로 하늘가에 누우니 만물의 변화가 놀라워 / 獨臥天涯驚物候
꿈속에서 대궐로 달려가 임금님께 절하였네 / 夢趨金闕拜楓宸
십 년 만에 시내며 산이 눈에 들어 푸른데 / 十載溪山入眼靑
옛 유람 꿈과 같아 생각은 아득하기만 하네 / 舊遊如夢思冥冥
시리고 찬 기미에 풍환의 칼 퉁기다가 / 酸寒氣味彈馮鋏
질탕한 풍류로 비단 병풍에서 취하네 / 跌宕風流醉錦屛
꽃 흐드러진 봄 헌에서 채필을 울리고 / 花爛春軒鳴綵筆
단풍 흐르는 가을 골짝에서 은병을 기울였지 / 紅流秋洞瀉銀甁
젊은 시절 나그네의 흥취 지금은 쇠락하여 / 少年客興今寥落
상자 속 이끼 낀 글이 푸른 부평초에 잠식되네 / 匣裏苔文蝕綠萍
일찍이 성주의 학생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경산은 웅려하기가 남쪽 고을에서 으뜸인데 / 京山雄麗擅南州
높은 기둥과 층층의 추녀는 몇 년을 보냈을까 / 高棟層軒老幾秋
신선 산에서 소매 걷어 옛 은자를 그리워하고 / 拂袖仙山懷舊隱
어두운 임금의 옷자락 끌고 전현에게 읍하셨지 / 牽裾昏主揖前修
붉은 충성심에 티끌만큼의 도움을 바쳤으니 / 丹誠庶效涓埃補
평소의 뜻에 어찌 따뜻하고 배부름을 도모하랴 / 素志寧爲溫飽謀
가는 곳마다 봄경치가 바다처럼 넓게 펼쳐져 / 隨處韶華寬似海
빠듯한 일정에도 오히려 맑은 유람이 넉넉하네 / 嚴程猶足做淸遊
꾀꼬리 노래가 맑고 조화로워 한낮이 되려는데 / 鶯語淸和欲午天
주렴 가득 나는 버들 솜이 청춘을 보내는구나 / 一簾飛絮送芳年
구름은 대 잎을 싸고 있다가 술잔 위에 담그고 / 雲籠竹葉涵杯面
꽃은 화장한 항아를 모시고 춤 자리 둘렀네 / 花襯粧娥繞舞筵
신선의 산에 노을 일어 고운 기운이 비치고 / 霞起仙岑通縹氣
시골마을에 해 저물자 밥 짓는 연기 솟구치네 / 日曛村巷驀炊煙
누대 빼어난 곳에서는 취할 수가 있나니 / 樓臺勝處堪成醉
천년토록 근심하며 깨 있는 것이 꼭 현명한 건 아니리 / 千載騷醒未必賢
[주-D001] 백화헌(百花軒) : 고려 시대의 문신인 이조년(李兆年)의 호이자 당호이다. 그가 충렬왕을 보필하고 있을 때 충선왕 측근에 의해 모함을 받아 귀양을 갔다가 풀려나온 뒤 13년간 고향에서 은거할 때 지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D002] 분우(分憂) : 임금이 지방의 일을 근심하여 신하에게 지방을 맡겨서 근심을 나눈다는 뜻이다.
[주-D003] 풍환(馮驩)의 …… 튕기다가 : 전국 시대 풍환이 맹상군(孟甞君)의 식객(食客)으로 있을 때 대우가 좋지 못하여 몇 차례나 긴 칼〔長鋏〕을 퉁기면서 “장검이여 돌아가자, 밥상에 고기가 없으니.〔長鋏歸來乎 食無魚〕”라고 하였다. 《戰國策 齊策4》
[주-D004] 비단 병풍 : 실제 병풍이 아니라 병풍처럼 두른 산을 시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주-D005] 채필(綵筆) : 오색으로 채색된 붓이라는 뜻으로 아름답고 교묘한 문장 실력을 말한다. 강엄(江淹)이 야정(冶亭)에서 묵었는데, 꿈에 한 장부가 나타나 스스로 곽박(郭璞)이라고 칭하면서 강엄에게 이르기를 “내게 붓이 있었는데, 경(卿)한테 가있은 지가 오래되었으니 돌려주어야겠다.”라고 하므로, 강엄이 품속을 뒤져보니 과연 오색으로 된 붓이 나와서 그에게 주었는데, 그 후로는 시를 지어도 아름다운 구절이 없다는 말로 쓰였다. 《南史 卷59 江淹列傳》
[주-D006] 은병(銀甁) : 은으로 만든 두레박을 가리키나 여기서는 술병의 뜻으로 쓰였다.
[주-D007] 성주(星州)의 …… 가르쳤기 : 황준량은 24세 때인 1540년(중종35)에 성주(星州) 훈도(訓導)를 지낸 적이 있다.
[주-D008] 어두운 …… 읍하셨지 : 이조년(李兆年)이 충혜왕의 음탕함을 여러 번 간하였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사직한 것을 두고 이른 말이다.
[주-D009] 화장한 항아(姮娥) : 달을 시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주-D010] 근심하며 …… 것 : 원문 ‘소성(騷醒)’의 ‘騷’는 ‘이소(離騷)’라는 말에서처럼 근심한다는 뜻으로 쓰였지만 〈이소〉, 곧 초사(楚辭)나 이를 지은 굴원(屈原)의 뜻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굴원은 〈어부사(漁父辭)〉에서 “온 세상이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뭇사람들은 모두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라고 하였다.
백화헌 시에 차운하다 4수 〔次百花軒 四首〕
온갖 꽃 나부껴 떨어지자 향기가 흩어지는데 / 百花飄盡散香塵
송죽은 추녀에 닿아 푸르름이 하늘에 비치네 / 松竹當軒翠映旻
바람과 안개의 부림을 받아 시흥이 일어나고 / 驅使風煙詩興動
아름다운 경치 사라지자 귀밑털이 새로워지네 / 消磨光景鬢毛新
누가 일을 마쳤다고 어리석은 사람을 기롱하는가 / 誰將了事譏癡漢
분우에 효과 없어 신하는 부끄러울 뿐인데 / 未效分憂愧使臣
홀로 하늘가에 누우니 만물의 변화가 놀라워 / 獨臥天涯驚物候
꿈속에서 대궐로 달려가 임금님께 절하였네 / 夢趨金闕拜楓宸
십 년 만에 시내며 산이 눈에 들어 푸른데 / 十載溪山入眼靑
옛 유람 꿈과 같아 생각은 아득하기만 하네 / 舊遊如夢思冥冥
시리고 찬 기미에 풍환의 칼 퉁기다가 / 酸寒氣味彈馮鋏
질탕한 풍류로 비단 병풍에서 취하네 / 跌宕風流醉錦屛
꽃 흐드러진 봄 헌에서 채필을 울리고 / 花爛春軒鳴綵筆
단풍 흐르는 가을 골짝에서 은병을 기울였지 / 紅流秋洞瀉銀甁
젊은 시절 나그네의 흥취 지금은 쇠락하여 / 少年客興今寥落
상자 속 이끼 낀 글이 푸른 부평초에 잠식되네 / 匣裏苔文蝕綠萍
일찍이 성주의 학생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경산은 웅려하기가 남쪽 고을에서 으뜸인데 / 京山雄麗擅南州
높은 기둥과 층층의 추녀는 몇 년을 보냈을까 / 高棟層軒老幾秋
신선 산에서 소매 걷어 옛 은자를 그리워하고 / 拂袖仙山懷舊隱
어두운 임금의 옷자락 끌고 전현에게 읍하셨지 / 牽裾昏主揖前修
붉은 충성심에 티끌만큼의 도움을 바쳤으니 / 丹誠庶效涓埃補
평소의 뜻에 어찌 따뜻하고 배부름을 도모하랴 / 素志寧爲溫飽謀
가는 곳마다 봄경치가 바다처럼 넓게 펼쳐져 / 隨處韶華寬似海
빠듯한 일정에도 오히려 맑은 유람이 넉넉하네 / 嚴程猶足做淸遊
꾀꼬리 노래가 맑고 조화로워 한낮이 되려는데 / 鶯語淸和欲午天
주렴 가득 나는 버들 솜이 청춘을 보내는구나 / 一簾飛絮送芳年
구름은 대 잎을 싸고 있다가 술잔 위에 담그고 / 雲籠竹葉涵杯面
꽃은 화장한 항아를 모시고 춤 자리 둘렀네 / 花襯粧娥繞舞筵
신선의 산에 노을 일어 고운 기운이 비치고 / 霞起仙岑通縹氣
시골마을에 해 저물자 밥 짓는 연기 솟구치네 / 日曛村巷驀炊煙
누대 빼어난 곳에서는 취할 수가 있나니 / 樓臺勝處堪成醉
천년토록 근심하며 깨 있는 것이 꼭 현명한 건 아니리 / 千載騷醒未必賢
[주-D001] 백화헌(百花軒) : 고려 시대의 문신인 이조년(李兆年)의 호이자 당호이다. 그가 충렬왕을 보필하고 있을 때 충선왕 측근에 의해 모함을 받아 귀양을 갔다가 풀려나온 뒤 13년간 고향에서 은거할 때 지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D002] 분우(分憂) : 임금이 지방의 일을 근심하여 신하에게 지방을 맡겨서 근심을 나눈다는 뜻이다.
[주-D003] 풍환(馮驩)의 …… 튕기다가 : 전국 시대 풍환이 맹상군(孟甞君)의 식객(食客)으로 있을 때 대우가 좋지 못하여 몇 차례나 긴 칼〔長鋏〕을 퉁기면서 “장검이여 돌아가자, 밥상에 고기가 없으니.〔長鋏歸來乎 食無魚〕”라고 하였다. 《戰國策 齊策4》
[주-D004] 비단 병풍 : 실제 병풍이 아니라 병풍처럼 두른 산을 시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주-D005] 채필(綵筆) : 오색으로 채색된 붓이라는 뜻으로 아름답고 교묘한 문장 실력을 말한다. 강엄(江淹)이 야정(冶亭)에서 묵었는데, 꿈에 한 장부가 나타나 스스로 곽박(郭璞)이라고 칭하면서 강엄에게 이르기를 “내게 붓이 있었는데, 경(卿)한테 가있은 지가 오래되었으니 돌려주어야겠다.”라고 하므로, 강엄이 품속을 뒤져보니 과연 오색으로 된 붓이 나와서 그에게 주었는데, 그 후로는 시를 지어도 아름다운 구절이 없다는 말로 쓰였다. 《南史 卷59 江淹列傳》
[주-D006] 은병(銀甁) : 은으로 만든 두레박을 가리키나 여기서는 술병의 뜻으로 쓰였다.
[주-D007] 성주(星州)의 …… 가르쳤기 : 황준량은 24세 때인 1540년(중종35)에 성주(星州) 훈도(訓導)를 지낸 적이 있다.
[주-D008] 어두운 …… 읍하셨지 : 이조년(李兆年)이 충혜왕의 음탕함을 여러 번 간하였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사직한 것을 두고 이른 말이다.
[주-D009] 화장한 항아(姮娥) : 달을 시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주-D010] 근심하며 …… 것 : 원문 ‘소성(騷醒)’의 ‘騷’는 ‘이소(離騷)’라는 말에서처럼 근심한다는 뜻으로 쓰였지만 〈이소〉, 곧 초사(楚辭)나 이를 지은 굴원(屈原)의 뜻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굴원은 〈어부사(漁父辭)〉에서 “온 세상이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뭇사람들은 모두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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