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보가 보내준 시에 차운하다〔次朴重甫見贈〕 > 금계외집 3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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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보가 보내준 시에 차운하다〔次朴重甫見贈〕 > 금계외집 3권 시

박중보가 보내준 시에 차운하다〔次朴重甫見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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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28회 작성일 21-07-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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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보가 보내준 시에 차운하다〔次朴重甫見贈〕

염제의 위세가 온 천지 시들게 하여 / 炎威謝六合
푸른 하늘에는 옅은 구름도 사라졌지만 / 碧天纖雲掃
초가을 기운이 성긴 창에 들어와 / 新涼可疏櫺
잎새 하나가 일찍 가을 소리 내네 / 一葉秋聲早
먼 데 길손이 긴 휘파람을 불어 / 遠客發長嘯
일없이 풍진에 얽매인 내가 괴롭네 / 坐縶風塵惱
성 안에서 한 해 넘게 있으며 / 城中一年强
떼지어 다니다가 공연히 쇠약해졌네 / 逐隊空潦倒
가죽나무 재목이라 터진 봇도랑에나 어울리고 / 樗材合斷溝
학문이 속되어 도를 들음이 부끄럽네 / 俗學愧聞道
사 장군이 조령을 초하던 솜씨로 / 謝將演誥手
정녕 깊이 간직하신 생각을 적으셨네 / 丁寧寫深抱
여주의 빛이 눈길을 빼앗는데 / 驪珠光奪目
어찌 나라의 보배 미혹되게 하는 것을 배울까 / 豈學迷邦寶
정밀한 생각이 대아지당에 떨쳐질 터라 / 精思振大雅
건필이 뱃속의 원고 때문에 바쁘겠네 / 健筆忙腹稿
티끌이 든 눈이 홀연 밝아졌나니 / 眯塵眼忽明
남은 광채로 아름답게 꾸밀 수 있겠네 / 餘彩可斧藻
어젯밤에 대규의 집에 들렀더니 / 昨夜過戴門
문 앞에 이슬에 젖은 풀이 널려 있었다네 / 門前溥露草
삼경이라 달은 희미해지려 하고 / 三更月欲微
은하수는 맑은 하늘에 가득하였네 / 星漢森淸昊
문 두드리면 주위 놀라게 할까 걱정하여 / 叩門怕驚周
부질없이 하나의 좋은 일 저버렸다네 / 空負一段好
백설에 화답할 것을 생각하였지만 / 惟思和白雪
읊는 시간이 길어져 벼루가 마르려 하였네 / 吟久硯欲槁
솔숲에 기운이 점점 아름다워지자 / 松林氣漸佳
그윽한 흥취에 담장 대하고 생각하였네 / 幽興當面考
약한 활의 시위를 당기지도 않고서 / 弱弓絃未控
감히 노나라 비단을 뚫으려고 한 것을 / 敢擬穿魯縞

[주-D001] 박중보(朴重甫) : 박승임(朴承任, 1517~1586)으로, 중보는 그의 자이다. 본관은 반남(潘南), 호는 소고(嘯皐)이다. 1540년(중종35) 문과에 급제하고 호당(湖堂)에 피선되었다. 대사간(大司諫)을 지냈다.

[주-D002] 염제(炎帝) : 남방을 다스리는 신으로 여름과 불을 주관한다고 한다.

[주-D003] 긴 휘파람을 불어 : 긴 시를 지었다는 뜻이다.

[주-D004] 가죽나무 재목 : 재목 중에 가죽나무는 가장 소용되지 않는 재목이다. 제일로 습기(濕氣)에 약하여서 늘었다 줄었다 하므로 재목으로는 쓰지 못한다.

[주-D005] 사 장군(謝將軍)이 …… 솜씨로 : 동진(東晉)의 사안(謝安)을 가리킨다. 그가 회계(會稽)의 동산(東山)에 은거하다가 누차 조정의 부름을 받고 출사(出仕)하여 사도(司徒)의 요직에 이르렀다. 《晉書 卷79 謝安列傳》

[주-D006] 여주(驪珠) : 검은 용의 턱 밑에 있다는 보주(寶珠)를 이르는데, 이것은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므로 전하여 뛰어난 시문(詩文)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백낙천(白樂天)과 유우석(劉禹錫)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금릉회고(金陵懷古) 시를 짓다가 유우석이 먼저 아름다운 시를 지으니, 다른 이들이 “동자(童子)가 ‘용의 여의주〔驪龍珠〕’를 얻었는데 나머지의 조개껍질을 무엇에 쓰랴.”라고 하고는 붓을 놓았다고 한다. 《蘇東坡詩集 卷12 次韻孫巨源寄漣水李盛二著作幷以見寄五絶》

[주-D007] 뱃속의 원고 : 당(唐)나라 왕발(王勃)은 미리 먹을 몇 되쯤 갈아 놓고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쓰고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는 거침없이 써 내려가면서 고치는 일이 전혀 없었으므로 사람들이 “뱃속에 원고가 들어 있다.〔腹藁〕”라고 일컬었는데, 소싯적에 어떤 사람이 먹을 소매 속에 듬뿍 넣어 준 꿈을 꾼 뒤로부터 문재(文才)가 발휘되기 시작했다는 고사가 있다. 《酉陽雜俎 語資》

[주-D008] 대규(戴逵)의 집 : 진(晉)나라 때 왕휘지(王徽之)의 친구 대규(戴逵)를 가리키나 이 시에서는 박중보(朴重甫)를 비유적으로 칭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의 내용으로 보아 이 대목 이하는 꿈속의 일처럼 여겨진다. 옛날에 왕휘지(王徽之)가 산음(山陰)에 살 때에 밤눈이 막 개어 달빛이 청랑(淸朗)하자, 갑자기 섬계(剡溪)에 사는 친구 대규(戴逵)가 생각나, 문득 조그마한 배를 타고 섬계를 향해 밤새도록 가서 친구의 문 앞에까지 이르러서는 들어가지 않고 다시 되돌아와 버렸는데, 누가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내가 본디 흥이 나서 갔다가 흥이 다해서 돌아온 것인데, 어찌 꼭 대규를 만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晉書 卷80 王徽之列傳》

[주-D009] 백설(白雪)에 화답 : 백설은 실제 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눈 내린 밤에 대규를 방문했던〔雪夜訪戴〕’ 고사를 가리키는 듯하다.

[주-D010] 약한 …… 것을 : 노(魯)나라의 비단이 아무리 얇더라도 활시위를 당기지 않고는 뚫을 수가 없듯이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잡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 쓴 말이다. “강한 쇠뇌로 쏜 화살도 멀리 가서 힘이 다하면 노나라에서 나는 얇은 비단조차 뚫을 수 없다.〔强弩之末不能穿魯縞〕”는 말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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