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도 어귀에서 풍랑을 만난 배〔三田渡口見風舟〕 > 금계외집 2권 시

삼전도 어귀에서 풍랑을 만난 배〔三田渡口見風舟〕

언덕 위 청산에는 꽃 활짝 피었건만 / 岸上靑山花爛熳
언덕 아래 모래톱엔 상앗대 흔적 얼마인가 / 岸下晴沙幾篙眼
나루터에 낀 안개가 평야로 흩어지고 / 煙沈古渡散平野
하늘 비친 강물은 한강으로 흘러드네 / 水泛靑天流入漢
모래톱서 말 타고 지는 해 바라보자니 / 沙汀跋馬望日沈
행인들 다투어 건너는 모습이 어지럽네 / 行人爭渡影凌亂
채익선이 겨우 가자 바람 다시 거세져 / 彩鷁纔移風更狂
물결 따라 떠돌다 서쪽 언덕에 배를 댔네 / 逐波飄泊依西岸
세상 어디인들 위험하지 않으랴만 / 人間底處非至險
눈앞 높은 물결에 마음이 오싹하네 / 眼見顚危心緖惋
시끄러운 세상에서 저절로 늙어가니 / 風塵擾擾自爾老
유장한 강물이 긴 탄식을 짓게 하네 / 悠悠江水成長歎

[주-D001] 상앗대 흔적 : 고안(篙眼)은 고흔(篙痕)과 뜻이 같은데, 배를 강 중앙으로 밀어 넣기 위하여 상앗대로 언덕가의 바위를 쳐서 생긴 흔적을 말한다.

[주-D002] 채익선(彩鷁船) : 화려하게 꾸민 배를 가리킨다. 익(鷁)이라는 물새가 풍파를 잘 견디기 때문에 뱃머리에 이 새의 모양을 그려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