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안 현감으로 가는 임조원을 전송하며〔送任調元之宣城〕 > 금계외집 2권 시

예안 현감으로 가는 임조원을 전송하며〔送任調元之宣城〕

비바람이 몰아쳐서 가는 길 어둑한데 / 歸程風雨暗蕭蕭
죽사부 하사받고 먼 영남 길로 가네 / 竹使愁分嶺路遙
장유가 어찌 작은 고을을 다스리랴만 / 長孺豈宜麾薄邑
언유가 소 잡는 칼 잠시 시험함이리라 / 言游聊欲試牛刀
생선 삶는 법으로 고을 다스릴 수 있으니 / 烹鮮可作治官法
교화가 미친 곳에 영천의 호민 없으리라 / 化俗休論穎郡豪
솔과 계수 아래에서 독서할 틈 많을 테니 / 松桂讀書多暇日
습가지의 풍류로 삼고를 찾아가겠지 / 習池風月訪三高

[주-D001] 임조원(任調元) : 임내신(任鼐臣, 1512~1588)으로, 본관은 풍천(豐川), 자는 조원, 호는 어은(漁隱)ㆍ퇴휴(退休)이다. 이황(李滉)의 문인으로, 1538년(중종33) 문과에 급제하였다. 1544년 3월에 예안 현감으로 부임했다가 1549년 1월에 황해 도사에 제수되었다.

[주-D002] 죽사부(竹使符) : 지방 고을의 수령이 되었다는 뜻이다. 죽사부는 한 나라 때 지방관이 차던 신부(信符)로, 대나무로 신부를 만들어서 오른쪽은 경사(京師)에 두고 왼쪽은 군국(郡國)에 주어 군사를 출동하는 데에는 동호부(銅虎符)를 쓰고 그 나머지 일에는 죽사부를 썼다. 《한서》 권4 〈문제기(文帝紀)〉에 “처음에 군수(郡守)에게 동호부와 죽사부를 주었다.” 하였다.

[주-D003] 장유(長孺)가 …… 다스리랴만 : 장유(長孺)는 한(漢)나라 때 간신(諫臣)으로 이름이 높은 급암(汲黯)의 자이다. 그는 회양태수로 나가 선정을 베풀어 역사에 이름을 떨쳤다. 여기서는 임조원이 급암과 같은 포부를 지녔기 때문에 예안의 수령으로 가는 것은 그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이다.

[주-D004] 언유(言游)가 …… 시험함이리라 : 언유는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인 자유(子游)를 가리킨다. 그는 이름이 언언(言偃)이며 자유는 그의 자이다. 그가 무성 재(武城宰)로 있을 때 공자(孔子)가 들렀다가 현가(絃歌) 소리를 듣고는 빙그레 웃으면서 이르기를 “닭을 잡는 데에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리오.〔割鷄焉用牛刀〕”라고 한 고사가 있다. 여기서는 임조원이 자유처럼 예악으로 고을을 다스릴 것이라는 뜻으로 한 말이다.

[주-D005] 생선 …… 있으니 : 백성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고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하도록 해달라는 뜻이다. 《노자》 제60장에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듯이 해야 한다.〔治大國 若烹小鮮〕”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D006] 교화가 …… 없으리라 : 예안 백성들이 임내신의 교화를 입어 도적질을 하는 사람이 없게 됨을 말한 것이다. 후한 광무제(後漢光武帝) 때에 구순이 하내 태수(河內太守) 등을 역임하면서 누차에 걸쳐 군도(群盜)를 평정하여 백성들을 편히 살게 해 주었던 관계로, 그가 뒤에 광무제를 따라 영천(穎川)의 도적을 평정하고 돌아갈 적에는 백성들이 광무제의 행차를 가로막고 엎드려서 “구군(寇君)을 1년만 더 이곳에 머무르게 해 주소서.”라고 하소연했던 데서 온 말이다. 《後漢書 卷16 寇恂列傳》

[주-D007] 습가지(習家池) : 호북성(湖北省) 양양(襄陽)의 현산(峴山) 남쪽에 있는 못으로, 이곳은 토호(土豪)인 습씨(習氏)들의 원지(園池)이다. 진(晉)나라 때 산간(山簡)이 양양(襄陽)을 다스릴 때 자주 이곳에 와서 술을 마시며 놀았다고 한다. 《晉書 卷43 山簡列傳》 여기서는 예안 지역을 가리킨다.

[주-D008] 삼고(三高) : 여기서는 예안 지역의 세 고사(高士)를 가리키는 듯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고을이 잘 다스려져 한가한 시간이 나면 그 지역의 세 명사가 사는 곳을 찾아가서 함께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