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에서 김모재의 시에 차운하다 병오년(1546, 명종1) 가을 8월 〔伽倻山次金慕齋韻 丙午秋八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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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56회 작성일 21-07-27 05:24본문
가야산에서 김모재의 시에 차운하다 병오년(1546, 명종1) 가을 8월 〔伽倻山次金慕齋韻 丙午秋八月〕
소나무에 바람 불어 소리가 맑은데 / 吟風松檜響簫簫
아홉 겹 바위 위에 단풍이 섞여 있네 / 九疊屛中錦樹交
소매 속의 청사검이 기이한 기운 발하여 / 袖裏靑蛇奇氣發
소리 높여 읊조리며 날듯이 무릉교 지나네 / 高吟飛過武陵橋
무릉교(武陵橋)이다.
바위 위의 폭포가 백룡처럼 내닫더니 / 石上飛泉走玉虹
다시 맑게 흘러서 단풍잎이 비치네 / 更流淸淺蘸崖楓
정녕코 바람과 안개에게 약속하나니 / 丁寧留與風煙約
봄 산의 짙붉은 철쭉을 다시 보리라 / 要看春山躑躅紅
홍류동(紅流洞)이다.
벼랑의 성난 폭포 소리 우레 같은데 / 怒瀑懸崖響轉雷
그림 같은 산에는 단풍이 쌓여 있네 / 山顔如畫錦成堆
무쇠 피리 비껴 부니 푸른 바위 부서져서 / 橫吹鐵笛蒼巖裂
다시금 산도 불러 술을 사서 오게 하리 / 更喚山都沽酒來
취적봉(吹笛峯)이다.
긴 무지개가 푸른 바위 갈라 열어 / 長虹截破翠巖開
산들산들 온풍이 얼굴에 불어오네 / 習習光風拂面來
위쪽의 적성산은 노을이 표지 되니 / 上有赤城霞建標
비로소 해동에 천태산 있음을 알겠네 / 始知東海有天台
광풍뢰(光風瀨)이다.
차디찬 샘물은 바위에서 솟아나고 / 寒泉冽冽穿巖眼
아름다운 국화는 땅에 가득한 돈 / 金菊英英滿地錢
단조에는 사람 없고 불씨만 남았으니 / 丹竈無人留宿火
약초를 캐다가 구름 곁에서 잠자리라 / 唯應採藥傍雲眠
백운대(白雲臺)이다.
천 층의 산 이내는 흰 비단을 펼친 듯하고 / 千層嵐翠抹輕紈
아홉 구비 찬 시내는 물소리가 세차네 / 九曲溪寒響急湍
산들산들 신선바람 소매에 불어오니 / 灑灑仙風吹袂擧
맹호연처럼 시 읊으며 으쓱해도 괜찮네 / 不妨吟聳浩然山
금화대(金華臺)이다.
평평한 흰 바위는 글쓰기가 종이보다 좋고 / 盤平白石書勝紙
먹 다해도 맑은 시내 벼루는 마르지 않네 / 墨盡淸溪硯未乾
채색 붓을 휘두르면 용이 뛰어나올 듯하니 / 彩筆揮來龍躍出
신선산은 비바람도 깎아내지 못하리라 / 仙山風雨未應刓
체필암(泚筆巖)이다.
소나무는 비파 타고 새들 와서 노래하고 / 松鳴寶瑟鳥來歌
비단 단풍잎은 잔잔한 맑은 물에 비치네 / 楓錦增光水鏡磨
산신령께 감사하나니 내 마음 위로하려 / 寄謝山靈勤慰我
시인 맞이하여 구름노을 변화시켰네 / 爲邀騷客幻雲霞
장난삼아 돌 위에 적다.
은거하던 좋은 곳 집으로 삼아 / 雲林佳處盡爲家
문장으로 높은 이름 지금까지 남아 있네 / 華藻高名此不磨
소매로 이끼 쓸고 옛 바위에 쓰지만 / 袖拂荒苔題舊石
선유의 풍치를 따를 수 있으랴 / 仙遊風致可追麼
시석(詩石)에 제하다.
[주-D001] 김모재(金慕齋) : 모재는 김안국(金安國)의 호이다. 조광조(趙光祖)와 함께 김굉필(金宏弼)의 문인으로 사림파(士林派)를 영도하였는데, 기묘사화 때에 간신히 화를 면하고 파직되었다가 다시 등용되어 대제학(大提學)으로 재직 중에 죽었다. 김안국의 문집에는 가야산 구곡시(九曲詩)가 실려 있지 않다.
[주-D002] 청사검(靑蛇劍) : 한 고조(漢高祖)의 보검으로, 그는 이 검으로 백사(白蛇), 곧 진 시황을 멸하였다.
[주-D003] 백룡(白龍) : 옥홍(玉虹)은 폭포(瀑布)나 유수(流水)를 비유하는데, 여기서는 흰 용처럼 포말을 뿌리며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를 가리킨다. 소식(蘇軾)의 〈울고대(鬱孤臺)〉 시에 “산은 푸른 물결이 되어 솟아올랐고, 물은 옥홍이 되어 흐르는구나.〔山爲翠浪湧, 水作玉虹流.〕” 하였다.
[주-D004] 홍류동(紅流洞) : 홍류동천(紅流洞天)이라고도 하는데, 가야산 입구에서 해인사까지 이르는 10리의 계곡을 말한다.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든 단풍이 맑은 계곡물에 비춰 흐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주-D005] 산도(山都) : 사람을 닮은 원숭이의 일종으로 얼굴이 길고 입술이 검으며 사람을 보면 웃는다고 한다.
[주-D006] 긴 무지개 : 폭포수를 시적으로 칭한 말이다.
[주-D007] 적성산(赤城山) : 중국 절강성 천태현(天台縣) 북쪽에 있으며, 천태산의 남문이다. 손작(孫綽)의 〈유천태산부(遊天台山賦)〉에 “적성산은 노을을 들어서 표지를 세웠다.(赤城霞擧而建標)”라고 하였다.
[주-D008] 단조(丹竈) : 선약(仙藥)을 만들 때 사용하는 화덕이다. 송나라 요관(姚寬)의 《서계총어(西溪叢語)》에 “왕보(王甫)가 어느 도인을 만나서 어느 곳으로 따라갔는데, 소나무 밑을 지나자 오래된 단조가 하나 있었다.”라고 하였다.
[주-D009] 시석(詩石) : 최치원은 가야산 독서당에서 〈가야산 독서당에서 짓다〔題伽倻山讀書堂〕〉라는 시를 지었는데, 이를 홍류동 계곡의 바위에 새겼다. 시는 “바위 골짝 치닫는 물 첩첩산중 울려서, 사람 말을 지척에도 분간하기 어렵네. 세속의 시비 소리 귀에 들까 두려워서, 일부러 유수로 산을 모두 에워쌌네.〔狂奔疊石吼重巒, 人語難分咫尺間. 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이다.
소나무에 바람 불어 소리가 맑은데 / 吟風松檜響簫簫
아홉 겹 바위 위에 단풍이 섞여 있네 / 九疊屛中錦樹交
소매 속의 청사검이 기이한 기운 발하여 / 袖裏靑蛇奇氣發
소리 높여 읊조리며 날듯이 무릉교 지나네 / 高吟飛過武陵橋
무릉교(武陵橋)이다.
바위 위의 폭포가 백룡처럼 내닫더니 / 石上飛泉走玉虹
다시 맑게 흘러서 단풍잎이 비치네 / 更流淸淺蘸崖楓
정녕코 바람과 안개에게 약속하나니 / 丁寧留與風煙約
봄 산의 짙붉은 철쭉을 다시 보리라 / 要看春山躑躅紅
홍류동(紅流洞)이다.
벼랑의 성난 폭포 소리 우레 같은데 / 怒瀑懸崖響轉雷
그림 같은 산에는 단풍이 쌓여 있네 / 山顔如畫錦成堆
무쇠 피리 비껴 부니 푸른 바위 부서져서 / 橫吹鐵笛蒼巖裂
다시금 산도 불러 술을 사서 오게 하리 / 更喚山都沽酒來
취적봉(吹笛峯)이다.
긴 무지개가 푸른 바위 갈라 열어 / 長虹截破翠巖開
산들산들 온풍이 얼굴에 불어오네 / 習習光風拂面來
위쪽의 적성산은 노을이 표지 되니 / 上有赤城霞建標
비로소 해동에 천태산 있음을 알겠네 / 始知東海有天台
광풍뢰(光風瀨)이다.
차디찬 샘물은 바위에서 솟아나고 / 寒泉冽冽穿巖眼
아름다운 국화는 땅에 가득한 돈 / 金菊英英滿地錢
단조에는 사람 없고 불씨만 남았으니 / 丹竈無人留宿火
약초를 캐다가 구름 곁에서 잠자리라 / 唯應採藥傍雲眠
백운대(白雲臺)이다.
천 층의 산 이내는 흰 비단을 펼친 듯하고 / 千層嵐翠抹輕紈
아홉 구비 찬 시내는 물소리가 세차네 / 九曲溪寒響急湍
산들산들 신선바람 소매에 불어오니 / 灑灑仙風吹袂擧
맹호연처럼 시 읊으며 으쓱해도 괜찮네 / 不妨吟聳浩然山
금화대(金華臺)이다.
평평한 흰 바위는 글쓰기가 종이보다 좋고 / 盤平白石書勝紙
먹 다해도 맑은 시내 벼루는 마르지 않네 / 墨盡淸溪硯未乾
채색 붓을 휘두르면 용이 뛰어나올 듯하니 / 彩筆揮來龍躍出
신선산은 비바람도 깎아내지 못하리라 / 仙山風雨未應刓
체필암(泚筆巖)이다.
소나무는 비파 타고 새들 와서 노래하고 / 松鳴寶瑟鳥來歌
비단 단풍잎은 잔잔한 맑은 물에 비치네 / 楓錦增光水鏡磨
산신령께 감사하나니 내 마음 위로하려 / 寄謝山靈勤慰我
시인 맞이하여 구름노을 변화시켰네 / 爲邀騷客幻雲霞
장난삼아 돌 위에 적다.
은거하던 좋은 곳 집으로 삼아 / 雲林佳處盡爲家
문장으로 높은 이름 지금까지 남아 있네 / 華藻高名此不磨
소매로 이끼 쓸고 옛 바위에 쓰지만 / 袖拂荒苔題舊石
선유의 풍치를 따를 수 있으랴 / 仙遊風致可追麼
시석(詩石)에 제하다.
[주-D001] 김모재(金慕齋) : 모재는 김안국(金安國)의 호이다. 조광조(趙光祖)와 함께 김굉필(金宏弼)의 문인으로 사림파(士林派)를 영도하였는데, 기묘사화 때에 간신히 화를 면하고 파직되었다가 다시 등용되어 대제학(大提學)으로 재직 중에 죽었다. 김안국의 문집에는 가야산 구곡시(九曲詩)가 실려 있지 않다.
[주-D002] 청사검(靑蛇劍) : 한 고조(漢高祖)의 보검으로, 그는 이 검으로 백사(白蛇), 곧 진 시황을 멸하였다.
[주-D003] 백룡(白龍) : 옥홍(玉虹)은 폭포(瀑布)나 유수(流水)를 비유하는데, 여기서는 흰 용처럼 포말을 뿌리며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를 가리킨다. 소식(蘇軾)의 〈울고대(鬱孤臺)〉 시에 “산은 푸른 물결이 되어 솟아올랐고, 물은 옥홍이 되어 흐르는구나.〔山爲翠浪湧, 水作玉虹流.〕” 하였다.
[주-D004] 홍류동(紅流洞) : 홍류동천(紅流洞天)이라고도 하는데, 가야산 입구에서 해인사까지 이르는 10리의 계곡을 말한다.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든 단풍이 맑은 계곡물에 비춰 흐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주-D005] 산도(山都) : 사람을 닮은 원숭이의 일종으로 얼굴이 길고 입술이 검으며 사람을 보면 웃는다고 한다.
[주-D006] 긴 무지개 : 폭포수를 시적으로 칭한 말이다.
[주-D007] 적성산(赤城山) : 중국 절강성 천태현(天台縣) 북쪽에 있으며, 천태산의 남문이다. 손작(孫綽)의 〈유천태산부(遊天台山賦)〉에 “적성산은 노을을 들어서 표지를 세웠다.(赤城霞擧而建標)”라고 하였다.
[주-D008] 단조(丹竈) : 선약(仙藥)을 만들 때 사용하는 화덕이다. 송나라 요관(姚寬)의 《서계총어(西溪叢語)》에 “왕보(王甫)가 어느 도인을 만나서 어느 곳으로 따라갔는데, 소나무 밑을 지나자 오래된 단조가 하나 있었다.”라고 하였다.
[주-D009] 시석(詩石) : 최치원은 가야산 독서당에서 〈가야산 독서당에서 짓다〔題伽倻山讀書堂〕〉라는 시를 지었는데, 이를 홍류동 계곡의 바위에 새겼다. 시는 “바위 골짝 치닫는 물 첩첩산중 울려서, 사람 말을 지척에도 분간하기 어렵네. 세속의 시비 소리 귀에 들까 두려워서, 일부러 유수로 산을 모두 에워쌌네.〔狂奔疊石吼重巒, 人語難分咫尺間. 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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