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풍현 객사를 중수할 때 기문〔玄風客舍重修記〕 > 금계문집 내집 4권 잡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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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풍현 객사를 중수할 때 기문〔玄風客舍重修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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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8회 작성일 21-07-27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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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풍현 객사를 중수할 때 기문〔玄風客舍重修記〕


조령(鳥嶺) 남쪽에 상주(尙州)를 경유하여 성주(星州)에 이르는 행로 하나가 있으니, 배와 수레와 여행객들이 모이는 곳이다. 현풍현(玄風縣)이 그 요충지에 처하였으며 삼분의 이가 그곳에 해당한다. 따라서 마땅히 시원한 건물과 마루가 있어서 상쾌하고 높고 밝은 곳에서 사자(使者)들을 머물게 하면서 더위와 먼지를 씻어내게 해야 마땅한데, 황량한 옛날 관사는 여러 해를 지나면서도 그 상태로 있었고 누구 하나 손을 써서 새롭게 하려는 자가 없었다. 이 어찌 성쇠에 운수가 있고 또 필시 뜻있는 사람을 기다린 것이 아니겠는가.

가정(嘉靖) 병진년(1556, 명종11) 가을에 일선(一善) 김한례(金漢禮)가 이곳 현감으로 부임하여 수레에서 내리자마자 낮은 처마와 휜 마룻대, 협소한 규모, 바람에 깨진 기와와 빗물이 스민 벽, 떨어져 나간 단청을 둘러보고 서성이다가 개연(慨然)히 중수할 뜻을 품게 되었다. 이에 긴요하지 않은 비용을 줄이고 목재를 모으고 기와를 구워, 마침내 낡은 것을 철거하여 새것으로 바꾸고 좁은 곳을 확장하여 넓혔다. 동헌(東軒)은 반을 더 넓혀 마루방이 있는 작은 누각을 덧붙였다. 헌당(軒堂)이며 청사 등 크고 작은 것을 모두 세우고, 공자의 사당이며 문과 담을 차례로 증축하고 꾸미니 한 고을의 건물과 기물이 훤히 일신되어 안팎의 형세가 마치 위치가 달라지고 모습을 바꾼 듯하였다. 이에 부로들이 놀라고 감탄하면서 말하기를 “백 년 동안 황폐해졌던 것이 화려한 건물로 변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하였다.”라고 하였고, 동서로 여행하는 자들 또한 현령의 능력에 대하여 성대하게 칭찬하였다. 그러나 병들고 무능한 나는 분수에 넘치게 이웃 고을을 맡아 다스리면서 아직껏 그 일에 대하여 축송하는 말을 바치지 못하였다.

올봄에 외람되이 과거시험에 참여하여 동각(東閣)에 머물면서 열흘 동안 문을 닫고 그 안에서 생활하며 글을 읽고 시를 읊게 되었는데, 가지런하게 정돈된 담과 계단에 꽃과 대나무가 햇빛을 가리고 포산(苞山)의 짙은 산 빛과 낙동강의 맑은 기운이 다투어 안석 아래로 경관을 펼쳐 보이고 사면이 우뚝하여 홀연 높은 것은 더욱 높고 깊은 것은 더욱 깊은 것을 보게 되었다. 이로써 우리 현령께서 편안하게 하는 도리로 백성들을 다스리고 신묘한 솜씨로 신속히 일을 이룬 것을 더욱 믿게 되었다.

아, 이 고을이 생긴 지가 몇백 년인지 모르지만, 시렁이 빠지고 지지대가 기울어 겨우 큰 본체만 보존하고 있음은 모든 건물이 그렇다. 이는 공사를 일으키는 것을 중하게 여기고 백성의 힘을 아낀 것이 아니고, 우선 사사로이 이익을 탐하느라 이 일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도리어 일을 잘 해내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의 처신으로 여겼으니, 공적인 일을 위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잊을 수 있는 사람을 어찌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대개 관사가 온전하거나 허물어진 것이 지방관에게 부여된 책임과 관계가 없는 듯하지만 민풍(民風)을 관찰하는 자는 이를 먼저 살피니, 어찌 정령(政令)의 수행 여부를 이를 통하여 점칠 수 있고 흉중의 구상에 대하여도 이로 인하여 그 염우를 보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객사가 외지고 누추하여 쉴 곳이 없으면 평시에도 불안한 생각으로 뒤숭숭한데, 더군다나 붉은 해가 작열하는 무더위에는 이곳에 이르는 자의 번민이 마치 불을 때는 시루 속에 앉아 있는 것과 같아 한 번 시원하게 더위를 식히려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시원하게 바람 부는 마루나 달빛 어린 정자에서 경건히 사신을 접대하여 보는 이들의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것과 비교할 때 그 훌륭함과 그렇지 못함이 과연 어떠한가. 현령의 이 마음을 미루어 신묘한 칼날을 놀려 큰 집을 비호한다면, 어디에서도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는 단지 한 지방관의 재목에 그칠 뿐만이 아니리라.

나는 공의 깊은 마음을 알고 부탁한 뜻이 중한 것을 보았기에 글재주가 보잘것없다고 사양할 수 없어 대략 그 전말을 서술하였다. 누대를 만든 기술이 교묘하고 바람과 안개의 변화가 기이하며 온갖 풍광이 사시사철 눈앞에 펼쳐져 끝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은 이곳에 올라오는 자가 직접 볼 것이고 나의 말을 기다릴 것이 없다고 하겠다.

[주-D001] 포산(苞山) : 경북 현풍(玄風)에 있는 비슬산(琵瑟山)의 옛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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