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현으로 가다가 조생의 정자에서 쉬다〔德峴紀行憩曹生亭〕 > 금계문집 내집 2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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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현으로 가다가 조생의 정자에서 쉬다〔德峴紀行憩曹生亭〕 > 금계문집 내집 2권 시

덕현으로 가다가 조생의 정자에서 쉬다〔德峴紀行憩曹生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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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11회 작성일 21-07-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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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현으로 가다가 조생의 정자에서 쉬다

덕현으로 가다가 조생의 정자에서 쉬다〔德峴紀行憩曹生亭〕


객지의 길이 갈수록 헷갈려서 / 客行去路迷
한나절을 푸른 산 밑에서 헤메는데 / 半日蒼山根
시냇물 소리 요란하여 귀가 멍멍하고 / 谿澗亂不記
대낮에 원숭이 울음소리 들려오네 / 亭午聞哀猿
일천 구비 돌아 덕현을 넘어가니 / 千盤踰德峴
마을도 못 이룬 외로운 주막 하나 / 孤店不成村
땅의 형세는 옹기 동이와 같고 / 地勢類瓮盎
어지러운 돌은 웅크린 호랑이 같아 놀라네 / 亂石驚虎蹲
나무껍질을 벗겨 기와 대신 덮었고 / 剝樹代陶瓦
버드나무 꺾어 성긴 울타리를 만들었네 / 折柳爲疏籓
으슥하여 은둔할 생각을 해보며 / 窈宨考槃思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착각하였네 / 錯認桃花源
더벅머리 노인들이 나그네 반겨 / 喜客囚首翁
쟁기질 멈추고 다투어 쫓아오네 / 輟耒爭追奔
시냇가에 헤진 부들자리를 펴니 / 臨溪展破蒲
봄이라 나무 그늘이 한창 무성하네 / 樹陰春正繁
파란 파가 소반에 수북 올려졌는데 / 靑蔥薦盤飣
막걸리는 한 잔도 없네 / 濁醪無杯樽
그물 들어 은빛 물고기를 잡아 / 擧網得素鱗
구워놓고 아이들을 부르네 / 燔灸喧兒孫
비가 오려는지 개미가 구멍에서 나와 / 將雨蟻出垤
정성스럽게도 초가 마루로 자리 옮겼네 / 款曲移茅軒
도토리 주워 싸리 농에 갈무리해 두었고 / 拾橡護杻籠
홈통으로 샘물 끌어 동이에 받아 두네 / 筧泉注瓦盆
온 산에 꽃 피어 비단처럼 찬란하고 / 成山花錦爛
문을 여니 벌 소리 잉잉거리네 / 開牖蜂衙喧
산골이라 간간이 짓는 기장밥 / 山炊間黃粱
나그네에게 더 먹으라 자주 권하면서 / 勸客頻加飱
살림살이 너무나 고생스럽나니 / 因言生事艱
한 장정이 천 가지 부역을 당하고 / 一夫千徭煩
낙토 찾아갈 일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 未決樂土去
이웃은 다 도망가고 우리만 남아 있다오 / 隣亡餘我存
학철부어 죽고 나면 이미 늦거늘 / 涸魚死已晩
피곤과 고달픔을 어찌 논하랴 / 困瘁何足論
가혹한 세금 정공에 지나치고 / 峻斂過正供
실질 없는 하달문서 도움 되지 못하여 / 空文不成恩
외진 골짝에서 근심하고 원통해할 뿐 / 愁冤僻谷裏
대궐에 하소연할 길이 없다오 / 無路叫天閽
탄식하며 눈물이 턱에 교차하는데 / 歎息涕交頤
울분을 토하다가 다시 삼키네 / 愊塞吐還呑
만랑이 궁벽한 고을을 맡았으나 / 漫郞宰窮山
손 뻗어 구원하기 어려우니 어이하랴 / 奈爾難手援
처음 올 적엔 순박하고 고졸한 것 기뻐했으나 / 初來喜淳古
말이 끝나자 도리어 넋을 잃었네 / 語竟還銷魂
민간의 풍속 살피는 자에게 전하노니 / 寄語觀風者
부디 시골 사람의 말을 채집하시라 / 須採野人言

[주-D001] 학철부어(涸轍鮒魚) : 생사가 다급한 처지를 말한다. 《장자》 〈외물(外物)〉에, 수레바퀴 자국〔涸轍〕에 고인 얕은 물속에서 메말라 죽어가며 헐떡이는 붕어〔鮒魚〕가 물을 조금만 부어 주면 살 수 있겠다고 애원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D002] 정공(正供) : 부세(賦稅)ㆍ방물(方物)의 정당한 부담을 말한다.

[주-D003] 만랑(漫郞) :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형해(形骸) 밖을 방랑하는 문사(文士)를 뜻한다. 당(唐)나라 안진경(顔眞卿)의 〈용주도독겸어사중승본관경략사원군표묘비명(容州都督兼御史中丞本管經略使元君表墓碑銘)〉에서 “원결(元結)이 양수(瀼水) 가에 살면서 자칭 낭사(浪士)라 하며 〈낭설(浪說)〉 7편을 지었다가, 뒤에 낭관(郎官)이 되자 당시 사람들이 낭자(浪者)도 부질없이〔漫〕 벼슬을 하는가?”라고 하고는 그를 ‘만랑(漫郞)’으로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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