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자취에 차운하다 절구 9수 〔次古迹 九絶〕 > 금계문집 내집 2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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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자취에 차운하다 절구 9수 〔次古迹 九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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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03회 작성일 21-07-2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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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자취에 차운하다 절구 9수 〔次古迹 九絶〕


당나라 군사가 강 건너 작은 성 압박할 제 / 飛渡天兵壓小城
꽃들은 어느 곳에서 어지러이 떨어졌던가 / 風花何處亂飄零
천 년 전 바위 아래로 가라앉은 궁녀들 애한을 / 千年巖下珠沈恨
가을 강 피리 소리에 부쳐보노라 / 分付秋江一笛聲

위는 낙화암(落花巖)이다.


사람 미혹시킨 짐독으로 스스로를 망쳤듯이 / 鴆毒迷人自毁家
비 부르던 연못 용도 끝내 자랑하지 못하였지 / 淵龍雲雨竟難誇
조룡대에 아직까지 용 서린 흔적 남아 있음은 / 釣臺猶着蜿蜒迹
천고의 바람과 물결도 다 없애지 못 해서라네 / 千古風濤不盡磨

위는 조룡대(釣龍臺)이다.


수탄과 담비 갖옷 따뜻한 게 봄만 같은데 / 獸炭貂裘煖似春
어찌 편석을 번거롭게 하여 제 몸을 데우랴 / 何煩扁石自溫身
취하여 노래 부르며 밤낮으로 노느라고 / 酣歌日夜流連地
궁촌에 얼어 죽는 백성들 돌보지 않았지 / 不念窮村凍死民

위는 자온대(自溫臺)이다.


천자의 군대 함부로 움직여 소국을 대적하고서 / 妄動王師敵小邦
공훈까지 새겼으니 천박하기 짝이 없구나 / 猶鐫勳業詑無雙
탑 주변의 이지러진 글자 누가 갈아 없앴을까 / 塔邊缺字誰摩拂
무장답지 않게 항복한 이 죽인 것과 정말 같네 / 不武眞同殺已降

위는 정방비(定方碑)이다.


하늘 버리고 백성 떠나 형세 이미 외로운데 / 天厭民離勢已孤
나당의 연합군이 부소성을 짓밟았지 / 唐羅兵合蹴扶蘇
목 조아 적 제압할 계책 어찌 그리 늦었던가 / 扼吭制敵謀何晩
한번 죽어 오히려 열장부가 되셨건만 / 一死猶成烈丈夫

위는 성충(成忠)을 조상한 것이다.


요새지로 도읍 옮겨 웅장하게 성 쌓았는데 / 遷都據險壯城池
완동들이 허물어 버릴 줄을 어찌 알았으랴 / 忍見頑童自壞時
튼튼하던 철옹성도 깨진 기와와 같았거늘 / 鐵瓮堅城同瓦解
부질없이 반월만이 무너진 비석 비추누나 / 空留半月照頹碑

위는 반월성(半月城)이다.


해와 달을 전송하고자 여기에 대 쌓았건만 / 賓送羲娥此築臺
몇 년 동안 걸음 옮겨 하늘 재앙 받들었나 / 幾年推步敬天災
후손들은 괴이하게 가무 즐기는 곳으로 삼아 / 孱孫幻作酣歌地
천 년 전에 망한 나라 푸른 이끼만 비치누나 / 國破千年照綠苔

위는 영월대(迎月臺)이다.


성 변두리 고찰이 차가운 물결 베었는데 / 城頭古寺枕寒潮
한밤중에 종이 울어 푸른 절벽 흔들리네 / 半夜鐘鳴翠壁搖
옥 나무에 배를 매고 투숙하려 하였거늘 / 珠樹繫船投一夢
어찌하여 장계는 풍교에 배를 대었던고 / 何如張繼泊楓橋

위는 고란사(皐蘭寺)이다.


서릿발 같은 의기로 상소 한 번 올려서 / 氣挾風霜奏一封
번쩍이는 안광으로 흉도들을 제압했지 / 眼如巖電挫兇鋒
구름 덮인 옛 집에는 가을 풀만 황량하나 / 棲雲古社荒秋草
우뚝한 봉우리들 늠름하게 모습 고쳤구나 / 卓立千峯凜改容

위는 정언(正言) 석탄(石灘) 이존오(李存吾)의 구거(舊居)이다.

[주-D001] 짐독(鴆毒) : 짐새의 깃으로 담근 독주(毒酒)인데, 이것을 마시면 사람이 죽게 되므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민공(閔公) 원년 조(條)에 “안일에 빠지는 것은 짐독과 같은 것이니,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 수탄(獸炭) : 가루 숯을 짐승 모양으로 만든 것을 말하기도 하고 짐승의 뼈를 태운 숯을 말하기도 한다.

[주-D003] 자온대(自溫臺) :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규암리(窺岩里)에 있는 바위이다. 《삼국유사》 〈남부여(南夫餘)〉에 의하면, 이 바위는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인데 백제의 왕이 왕흥사(王興寺)에 예불을 드리러 갈 때 먼저 이 돌에 올라 부처에게 예배를 하거나 쉬어갔다고 한다. 임금이 도착하면 바위가 저절로 따뜻해졌다고 하여 ‘자온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주-D004] 성충(成忠) : 605~656. 백제의 충신으로, 의자왕(義慈王) 때 좌평(佐平)을 지내면서 왕이 주색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자 국운을 염려하여 극간(極諫)하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 투옥되었다. 656년(의자왕16)에 옥중에서 외적의 침입을 예언하며 육로는 탄현(炭峴) 즉 침현(沈峴)에서, 수로는 기벌포(伎伐浦) 즉 백강구(白江口)에서 적을 막으라는 유서를 의자왕에게 남기고 죽었다.

[주-D005] 장계(張繼)는 …… 대었던고 : 당(唐)나라 시인인 장계(張繼)의 〈풍교야박(楓橋夜泊)〉이라는 시에서 “고소성(姑蘇城) 밖 한산사(寒山寺)에서, 한밤중 종소리가 나그네가 탄 배에 들려오네.”라고 하였다.

[주-D006] 번쩍이는 안광(眼光)으로 : 진(晉)나라 왕융(王戎)의 안광이 유난히 번쩍거리자 배해(裴楷)가 이를 보고 “마치 어두운 바위 밑에서 번쩍이는 전광(電光)과 같다.”라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주-D007] 이존오(李存吾) : 1341~1371.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순경(順卿), 호는 석탄(石灘)ㆍ고산(孤山)이다. 우정언이 되어 신돈(辛旽)의 횡포를 규탄하다가 왕의 노여움을 샀으나 이색(李穡) 등의 변호로 극형을 면하고 좌천되었다. 후에 석탄에서 은둔 생활을 하다가 울분으로 병이 나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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