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천 애일당에서 감사 이언적과 이경호 선생의 시에 차운하다〔汾川愛日堂 次李監司彦迪李先生景浩韻〕 > 금계문집 내집 1권 시

분천 애일당에서 감사 이언적과 이경호 선생의 시에 차운하다〔汾川愛日堂 次李監司彦迪李先生景浩韻〕

 

고당의 어버이 아흔이나 장수하고 / 駐景高堂九十春
만년에 은퇴하여 향리에서 쉬시니 / 晩年還着退休人
심양으로 돌아간 도원량이고 / 潯陽歸去陶元亮
감수에서 풍류 즐긴 하계진이시네 / 鑑水風流賀季眞
날 따뜻해지면 영지산에서 버섯 캐시고 / 日煖芝山挑玉甲
안개 걷히면 분천 구비에서 물고기 잡으시네 / 煙開汾曲網銀鱗
강호에 살아 세상 걱정할 책임이야 없지만 / 江湖不管憂時責
대궐로 향해 들어가는 꿈은 자주 꾸시리라 / 猶向彤闈入夢頻

신선이 사는 곳 바위 이름이 귀머거리〔聾〕인데 / 巖着仙居號是聾
때로 영묘한 소리 들어 임금의 귀 계발시켰네 / 時聞靈籟發天聰
세상에서 정말 귀한 건 삼락 온전히 하는 것 / 人間良貴全三樂
임천의 고상한 풍도라 만금의 벼슬도 버리셨네 / 林下高風棄萬鍾
구름 낀 산과 안개 낀 강은 전보다 더 아름답고 / 雲岫煙波增舊態
지란옥수는 새로 난 떨기 잘 자라고 있다네 / 芝蘭玉樹長新叢
맑은 가을에 더욱이 강물 위에 달이 떠오르니 / 淸秋更得澄江月
소식이 적벽에 배 띄우듯이 뱃놀이를 한다네 / 蘇老舟橫赤壁中
애일당을 새로 중수하고서 분강에 배를 띄우고 〈적벽부〉를 외우게 하였다.

푸른 바위와 신선 노인을 다 귀머거리라 부르니 / 蒼巖仙老倂稱聾
누워서 잠자면서 귀가 밝아야 할 걱정은 없으리 / 臥睡應無患耳聰
세상에 드러난 효성 애일당에서 보았으니 / 達孝已看堂愛日
높은 이름 어찌 큰 종에 새기기를 기다리랴 / 高名何待勒洪鍾
은총 입어 전원에 돌아오니 호수가 천 이랑 / 歸田聖澤湖千頃
오래된 정원의 가을 풍경은 몇 떨기 국화 / 老圃秋容菊幾叢
바람과 안개 구사하여 힘찬 글 많이 지으시고 / 驅使風煙多健筆
맑은 경치 가져다 가슴속에 오롯이 담았으리 / 只將淸景攬胸中


[주-D001] 애일당(愛日堂) 안동시 도산면(陶山面) 부내마을〔汾川里〕에 있었던 정자로 농암(聾岩) 이현보(李賢輔)가 양친 봉양을 위하여 지은 것이다. 안동댐으로 인하여 동네가 수몰되어 지금은 종택과 함께 도산면 가송리에 이건되어 있다.

[주-D002] 심양(潯陽)으로 돌아간 도원량(陶元亮) 원량은 진(晉)나라 때 은자인 도잠(陶潛)의 자이다. 심양은 그가 벼슬에서 물러나 살던 곳이다.

[주-D003] 감수(鑑水)에서 …… 하계진(賀季眞) 하계진은 당나라 시인 하지장(賀知章)으로, 계진은 그의 자이다. 감수는 중국 회계(會稽)에 있는 강물 이름이다. 하지장이 현종(玄宗)때 예부 시랑(禮部侍郞)까지 지냈으나, 만년에는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도사(道士)가 되었다. 《舊唐書 卷196 賀知章列傳》

[주-D004] 영지산(靈芝山)안동시 도산면 의일리와 분천리 일대에 걸쳐 있는 산으로 도산서원의 조산(造山)이다.

[주-D005] 삼락(三樂)군자의 삶에서 가장 큰 세 가지 즐거움을 말한다. 맹자가 “군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부모가 다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째 즐거움이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사람을 대하여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둘째 즐거움이고, 천하의 영재(英才)를 얻어 교육시키는 것이 셋째 즐거움이다.” 하였다. 《孟子 盡心上》

[주-D006] 지란옥수(芝蘭玉樹)는 …… 있다네 집안에 우수한 자제(子弟)가 있다는 말이다. 진(晉)나라 사안(謝安)이 자제들에게 어떤 자제가 되겠느냐고 묻자, 조카 사현(謝玄)이 답하기를 “비유하자면 지란옥수가 뜰 안에 자라게 하고 싶습니다.〔譬如芝蘭玉樹 欲使其生於階庭耳〕”라고 하였다. 《世說新語 言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