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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엄천사로 가는 길에 지팡이 비껴 들었네 / 嚴川路上橫孤筇 > 따뜻한 바람과 밝은 해가 내 산행 위로하고 / 暖風晴日慰我欲山行 > 길가의 꽃들은 불꽃처럼 눈에 드네 / 夾路照眼花如烘 > 높은 절벽은 신부로 잘라놓은 듯하고 / 巨壁斷神斧 > 깊은 벼랑은 병풍을 펼쳐놓은 듯한데 / 嵌崖張翠屛 > 성난 폭포수 쌍을 이룬 바윗골에서 쏟아지네 / 驚波怒濤倒瀉雙石谾 > 구름 속의 옛 길은 터럭처럼 가는데 / 雲間古逕細秋毫 > 톱날처럼 험하여 우뚝 솟은 모양이네 / 險如鉅齒形摐摐 > 용유담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니 / 龍遊一潭忽躍出 > 공교롭게 새긴 것은 누구의 솜씨인가 / 極巧雕鎪誰所攻 > 굼실굼실 돌고래가 나타난 듯하고 / 逶迤暴石鯨 > 흰 용이 거꾸로 누운 듯하네 / 顚倒臥玉龍 > 꿈틀대는 신룡의 자취 또렷하게 보이고 / 蜿蜒神迹見分明 > 다시 천길 벼랑에는 철쭉이 돌 틈을 단장했네 / 更有千層躑躅粧石縫 > 술통에서 떨어지는 물을 누가 와서 마셨던가 / 臼樽散落孰來飮 > 만랑들이 천년토록 자취를 남겼네 / 漫郞千載留遺蹤 > 저녁나절 산문에서 녹음을 걸으니 / 山門一夕踏翠陰 > 찬 냇물이 흩날려 해진 갖옷 적시네 / 寒溜飛灑裘蒙戎 > 백두산이 남으로 내달려 먼 산맥을 나누었는데 / 白頭南走分遠脈 > 마천소 동쪽으로 흘러가 거센 물결 일렁이네 / 馬川東下翻驚潀 > 더없이 좋은 풍경 저녁 산에 찾아오고 / 十分佳色暮山來 > 새들도 흥에 겨워 봄 숲에서 노래하네 / 幽禽得意啼春叢 > 봉우리의 절간은 험한 바위 위에 지었는데 / 祇林坐峯亂石扶結構 > 푸른 연기 이는 곳에서 저녁 종이 울리네 / 靑煙起處鳴晩鐘 > 긴 눈썹의 승려는 논에서 김을 매고 / 厖眉苾蒭荷稻田 > 맞이하는 큰스님은 구슬 창을 걷었네 / 迎坐上方褰珠櫳 > 향기로운 청정반을 배불리 먹고서 / 飽飯靑精香 > 맑은 시냇물로 시원하게 양치하네 / 寒漱淸川淙 > 돌다리를 찾다가 급한 여울 건너니 / 荒尋石磴度亂溪 > 곳곳마다 청산은 모습을 고친 듯하네 / 在在靑山如改容 > 폭포가 구름에서 떨어지니 소가 깊은데 / 懸瀑穿雲幽竇深 > 흰 구슬 뿜는 듯, 푸른 거울 가는 듯하네 / 或噴瓊瑰 或磨靑銅 > 높은 벼랑과 굽이치는 계곡에 봄빛이 저무는데 / 崩崖曲澗春色晩 > 붉고 푸른 꽃과 잎이 정말로 고움을 다투네 / 靑紅正好鬪纖穠 > 천태산의 구름 덮인 돌다리를 이미 지나오니 / 天台已度石橋雲 > 영원동엔 갑자기 붉은 복사꽃이 떠내려 오네 / 靈源忽泛桃花紅 > 고운 칡과 여라풀이 손에 잡힐 듯한데 / 弱蘿纖葛手幾援 > 수없이 꺾이면서 종횡으로 뻗어 있네 / 千盤百折橫還縱 > 높은 숲의 잎에 가린 태양이 저물려 하고 / 高林蔽葉日欲陰 > 나란히 선 늙은 나무는 한 뿌리인가 의심되네 / 老樹駢立根疑同 > 길가의 맑은 물은 나의 목마름을 알고 있고 / 淸流當道知我渴 > 앞에 있는 너럭바위는 나의 게으름을 아네 / 盤石在前知我慵 > 동쪽의 한 조각 바위 / 東邊一片巖 > 오래된 이끼를 손으로 문지르니 / 手拭千年苔 > 까마귀처럼 검은 먹물 붓끝에 일어나네 / 鴉棲亂墨毫生鋒 > 절벽에 걸린 마른 등걸은 나가지 못하고 / 枯槎挂壁礙前頭 > 물가에 난 고운 풀은 무성함을 다투네 / 瑤草環澨爭蔥蘢 > 대낮에 사람 놀래키며 다람쥐 달려가는데 / 白日驚人走鼪鼠 > 귀 기울이면 숲 너머 원숭이 소리 들리네 / 隔林側耳聞猿狨 > 구덩이와 골짝 건너 진펄을 지나니 / 馳坑跨谷歷沮洳 > 몇 리의 대나무 사이로 푸른 단풍이 있네 / 數里蒼竹間以靑楓 > 땀이 흥건하고 숨이 거칠어 정신이 멍멍한데 / 背汗喘息困怐懋 > 놀랍게도 얼굴 앞에 높은 산이 솟아있네 / 忽驚面上生巃嵷 > 주렁주렁 열매가 숲속 가득 달렸는데 / 離離佳實滿林垂 > 새소리가 아니 들려 내 귀가 먹었나 했네 / 鳴鳥未聞疑我聾 > 산골 백성들이 허기 달래려 과일 모두 따 먹어 / 丘民濟飢食之旣 > 남은 건 아침 햇살 받은 오동나무 열매뿐이네 / 遲爾一下朝陽桐 > > 죽실(竹實)이 숲에 가득하였는데 굶주린 백성들이 따먹어 열매가 달려있는 것은 모두 말라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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