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천 시원에서 벽상의 시에 차운하여 목사 류섭에게 주다 율시 1수 절구 1수 〔林川試院次壁上韻贈柳牧使涉 一律一絶〕 > 금계외집 6권 시

맑은 서리 가을이라 나무에 붙었으니 / 淸霜秋著樹
모든 경물 한 차례 새로워졌네 / 萬景一番新
호외에서 돌아갈 생각 품은 나그네 / 湖外懷歸客
주남에 오래 머물던 사람이라네 / 周南久滯人
애오라지 상락주를 가지고 / 聊持桑落酒
국화 필 때 함께 감상하세나 / 共賞菊花辰
강위에서 내일 아침 이별하면 / 江渭明朝別
생시나 꿈에서나 서로 그리워하리 / 相思夢也眞


부를 짓는 어떤 자가 자허부 같으리오 / 作賦何人似子虛
석양에 무수한 두루마리 뜰 가에 어지럽네 / 斜陽千卷亂庭除
꽃의 자태 깊고 얕음은 원래 다른 품격이니 / 花容深淺元殊品
조물주 무심하여 자연에 맡겨두네 / 造物無心任自如

[주-D001] 임천(林川) 시원(試院) : 임천은 충청남도 부여군에 있는 지명이고, 시원은 선비들이 과거(科擧)를 보이던 곳으로 시소(試所)라고도 한다.

[주-D002] 류섭(柳涉) : 본관은 진주(晉州), 자는 중제(仲濟)이다. 1543년 식년시에 입격하였고, 1549년에 청홍도 도사(淸洪都事)로 제수되었다.

[주-D003] 주남(周南)에 …… 사람 : 주남은 서한(西漢) 때 사마천(司馬遷)의 아버지인 태사공(太史公) 사마담(司馬談)이 병이 위독하여 주남(周南) 지방에 체류하느라 무제(武帝)가 태산(泰山)에 봉선(封禪)하는 의식에 참가하지 못하여 매우 유감으로 여겼다 한다. 《史記 卷130 太史公自序》 여기서는 목사 류섭이 오랫동안 호외(湖外)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04] 상락주(桑落酒) : 뽕잎이 떨어질 무렵에 빚은 술을 말한다. 이 술을 중양절에 마셨으므로 이른 말이다. 두보(杜甫)의 〈구일양봉선회백수최명부(九日楊奉先會白水崔明府)〉 시에 “앉아서 상락주를 마시고, 와서 국화 가지를 어루만지네.〔坐開桑落酒 來把菊花枝〕”라고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4》

[주-D005] 강위(江渭) : 두보(杜甫)의 〈봄날에 이백을 그리며〔春日憶李白〕〉라는 시에 “위수 북쪽엔 봄 하늘의 나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친구를 그리워하는 뜻으로 쓴 것이다. 《杜少陵詩集 卷1》

[주-D006] 자허부(子虛賦) :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양(梁)에서 노닐 때에 지은 문장 이름이다. 공자(公子) 자허(子虛), 오유 선생(烏有先生), 무시공(亡是公) 등 세 인물을 가설(假說)하여 제후(諸侯)의 유렵(遊獵)에 관한 일을 서술하여 임금을 풍간(諷諫)한 것이었다.